[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 나용균 영상 기자] 37살에 세상을 뜬 자칭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나이'가 모든 메이저리거의 추모를 받았다.

3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특별한 유니폼과 손목 밴드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루 게릭이 생전에 달았던 등번호 4번과 그가 앓았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을 의미하는 'ALS'를 품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제정한 제1회 루 게릭 데이다. 사무국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80년째가 되는 올해를 루 게릭 데이의 첫해로 지정했다.

▲ 루 게릭의 은퇴 연설. ⓒ MLB.com 캡처

루 게릭은 1925년 6월 2일부터 1939년 5월 1일까지 2130경기 연속 출전 경기 기록을 세운 메이저리그 대표 '철인'이다. 잔부상을 안고도, 또 커리어 막판에는 루 게릭 병의 조짐을 보이면서도 쉼 없이 달렸다. 그래서 미국 언론은 그에게 '철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1923년 데뷔 시즌부터 1939년 마지막 시즌까지 17년 동안 통산 타율 0.340, 2721안타, 493홈런 등 수많은 누적 기록을 쌓아 올렸다.

그러나 루 게릭이 메이저리그의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된 것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극적인, 그러나 끝까지 의연했던 마지막이 야구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루 게릭은 이토록 화려한 기록을 남기고도 37살에 세상을 떠났다. 1939년 은퇴를 선언한 뒤 그가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졌고, 루 게릭은 7만여 팬들 앞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훌륭한 연설문을 남겼다. 

"지난 2주 동안 제게 찾아온 불행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럼에도, 오늘 저를 지구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저는 야구장에 있던 지난 17년 동안 팬들께 호의와 격려만 받았습니다."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내며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감사 인사를 전한 감동적인 연설문이었다.

뉴욕 양키스는 그의 등번호 4번을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의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그해 12월에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루 게릭은 1941년 세상을 떴다.

루 게릭 데이는 단순히 고인을 기리기만 하는 행사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여전히 불치병으로 남아 있는 루 게릭 병에 대한 연구와 환자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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