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투수 구속의 한계에 도전하는 제이콥 디그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이콥 디그롬(33·뉴욕 메츠)은 원래부터 잘 던지던 투수였다. 2014년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데뷔한 디그롬은 데뷔 시즌 9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그 후로도 쭉쭉 상승세를 타며 최고 투수 대열에 올랐다.

2018년에는 3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하며 개인 첫 사이영상 타이틀을 따냈고, 이듬해인 2019년도 32경기에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2.43의 성적으로 사이영 백투백에 성공했다. 디그롬은 개인 통산 191경기에서 74승53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 중이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최근 3년만 놓고 보면 현역 최고의 투수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이런 디그롬이 30대에 들어 더 진화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경기운영능력과 커맨드는 물론, 심지어 20대보다 더 팔팔한 어깨까지 과시하고 있다.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본 베이스의 구속이 떨어지는 선수도 아니었으니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디그롬의 2017년 포심 평균구속은 95.2마일(약 153.2㎞)로 충분히 빨랐다. 그런데 2018년은 96마일(약 154.5㎞), 2019년은 96.9마일(약 155.9㎞)로 올랐다. 60경기 단축 시즌이었던 지난해 98.6마일(약 158.7㎞)을 거쳐, 올해는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99.1마일(약 159.5㎞)까지 올라왔다. 4년 전보다 약 6㎞가 상승했는데 놀랍게도, 디그롬은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선발투수다.

1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 경기에서는 선발 등판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썼다. 디그롬은 이날 47개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최고 101.7마일(약 163.7㎞)을 포함, 평균구속이 100.1마일(약 161.1㎞)에 이르렀다. 포심을 40구 이상 던진 선발투수 중 평균구속이 100마일을 넘는 것은 디그롬이 메이저리그 역대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100마일이 예전보다 자주 나오기는 해도, 그래도 TV를 틀면 쉽게 볼 수 있는 구속이 아니다. 게다가 선발투수라면 더 그렇다. 디그롬은 1일 현재 올 시즌 100마일 이상의 공을 총 88번(전체 투구의 13.1%)이나 던졌다. 선발투수 2위는 셰인 맥클라나한(탬파베이)인데 10번에 불과하다. 공이 빠르다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9번에 긫ㄴ다. 적어도 구속만 놓고 보면 디그롬은 역대 최고의 선발투수가 맞다.

물론 급격하게 높아지는 구속에 부상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디그롬은 아직 팔꿈치나 어깨 쪽에 눈에 도드라지는 이상을 호소한 적은 없다. 디그롬의 ‘역대급’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인 가운데 우리는 이미 역사적인 선발투수의 투구를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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