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시간이 왔다. ⓒ대한축구협회
▲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대해 적극 변호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재개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 지휘의 A대표팀에는 무패 통과, 더 깊숙이 들어가면 3전 전승이라는 과업이 기다리고 있다.

A대표팀은 북한의 불참으로 2승1무, 승점 7점으로 H조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레바논(7점)이 승점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한국이 +10으로 +4의 레바논에 우위다. 투르크메니스탄(6점)이 3위, 승점이 없는 스리랑카가 4위다.

경기는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 순으로 치른다. 투르크, 스리랑카만 이긴다면 상황에 따라 최종예선 진출 확정도 가능하다. 투르크에는 원정에서 2-0으로 이겼기 때문에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승리 확률은 높아진다.

익명의 축구인은 "2차 예선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라며 국내, 외국인 지도자 상관없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실력 차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홈이라는 절대 유리한 조건에서는 얼마든지 최종예선행을 이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홈과 원정을 오가면서 무패로 통과했다. 벤투 감독도 충분히 해내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벤투 감독은 위기 없이 팀을 끌고 오다 지난 3월 한일전 0-3 참패로 불신의 늪에 빠졌다. 점수만 세 골 차였지, 더 많은 실점으로 굴욕적인 패배로 몰고 갈 수도 있었다. 유효슈팅이 1개였다는 점에서 '빌드업 축구'에 대한 물음표는 더 붙었다.

한국을 상대로 뻔히 내려서는 축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 국가에 벤투 감독은 빌드업의 완성도를 높이며 이기는, 자신의 철학과 과정, 결과 모두를 얻어야 한다. 만약, 밀집 수비에 고전해 적은 골로 승리하거나 무승부라도 수확하게 된다면 믿음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벤투호의 지향점은 2차 예선이 아니라 최종예선, 더 멀리는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경기를 치르면서 조건과 선수 구성에 맞는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일 필요도 있다. 빌드업하더라도 선수들이 카멜레온처럼 움직이면서 역할을 소화하는 능동성을 심는 것도 필요하다. 4-2-3-1, 4-4-2 등 전형에서도 기민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 일본과의 라이벌전에서 최악의 벤치 대응 능력을 선보였던 파울루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선수 구성도 최상이다. 이강인(발렌시아CF)이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으로 향했지만, 황인범(루빈 카잔)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최상의 구성이다. 심지어 김 감독이 '타이밍'을 놓쳐 올림픽 예비명단에 넣지 못했다고 아쉬웠던 2002년생 공격수 정상빈(수원 삼성)까지 품었다. 호화롭고 실력 있는 선수들의 개성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의구심은 더 커진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벤투 감독은 상당히 섬세한 지도자다. 처음에는 올림픽대표팀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귀를 열고 있다는 이야기다. 선수들과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3연전을 통해 배려에 대한 증명을 해줘야 한다. 한일전 직후 경질론이 피어오르려 하자 정몽규 회장이 진화하며 믿음을 심어줬다. 굳건한 신뢰로 지도 체제는 더 강화됐다. 보호받는 특권을 누린 이상 결과로 대답해야 한다.

심지어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3일 언론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어떤 감독이 와도 선발, 차출 명단에 대해선 항상 비판이 있었고, 불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감독님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갖고, 선수들도 그 선택을 존중하고 불만스러워하지 않는다. (부임) 1천일 넘은 것은 축하드리지만, 훈련한 시간보다 환경적으로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더 많다. 책임감을 갖고 더 오래 계시게 하는 게 선수들의 몫이다"라며 변호에 나섰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면 벤투 감독의 전략은 충분히 구현된다는 손흥민의 일갈이다. 주장이 벤투 감독에 대한 의구심을 확실하게 털어내준 이상 좋은 과정과 이상적인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최종예선 역시 어떤 방식으로 열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홈과 원정을 오가는 방식이 어려우면 방역이 가장 좋은 국가에서 풀리그 형식으로 치를 가능성도 있다. 여러 가지 특수성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한 벤투 감독이다. 경기장 안은 물론 밖까지 통제하는 능력이 있어야 명장이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손흥민,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김신욱(상하이 선화) 등 공격진은 소속팀에서 골 감각을 유지하며 대표팀에 왔다.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라이프치히), 남태희(알사드) 등 수준급 2선도 있고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 현대),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등 김학범호 자원도 함께한다. 부족함 없는 자원들로 얼마나 좋은 결과물을 보여줄지, 이제부터는 벤투 감독의 시간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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