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점 차로 뒤지고 있다면 마이클 조던에게, 3점 차라면 레지 밀러에게 마지막 슛을 맡겨라." 조던 못지않은 빼어난 클러치 능력으로 미국 프로 농구(NBA)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선수가 있다. 미국 언론은 이 선수에게 '밀러 타임'이란 별명을 붙여 줬다. 이 표현의 연원은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러는 1995년 5월 8일(한국 시간) 뉴욕 닉스와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에서 NBA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99-105로 끌려 가던 경기 종료 18.7초 전 코트 왼쪽 45도에서 마크 잭슨이 찔러 준 인바운드 패스를 받았다. 공을 쥔 밀러는 곧바로 돌아서 슛을 던졌고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경기는 정확히 16.4초가 남았다.

이후 전면 압박을 시도한 밀러는 뉴욕 가드 그렉 앤서니가 넘어진 틈을 타 가로채기에 성공했다. 빠르게 3점 라인 바깥으로 되돌아간 밀러는 똑같은 위치에서 연속 외곽포를 터트렸다. 단 5.5초 만에 6점의 점수 차를 가리키던 전광판을 동점으로 만들었다. 뉴욕의 홈 구장인 매디슨스퀘어가든은 얼어붙었다.

밀러는 7.5초를 남기고 '쐐기 자유투'도 얻어 냈다. 뉴욕 팬들의 엄청난 야유와 방해 동작에도 깔끔하게 2구를 모두 집어넣었다. 이 모든 플레이가 약 11초 만에 이뤄졌다. 인디애나는 밀러의 '믿을 수 없는' 연속 8득점으로 107-105,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21년 전 농구 팬들을 충격에 빠트린 밀러의 '4쿼터 원맨쇼'는 밀러 타임이란 용어의 유래가 됐다.

3년 뒤 봄에도 밀러는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1998년 시카고 불스와 동부 콘퍼런스 결승 4차전에서 93-94로 뒤진 경기 종료 0.4초 전 그림 같은 역전 3점슛을 꽂았다. 릭 스미츠의 스크린을 받고 시카고 코트 정면으로 들어선 밀러는 자신을 수비하려던 조던을 강하게 밀쳐 냈다. 이어 오른쪽 45도에서 그대로 자신의 리듬을 살려 솟구쳐 올랐다. 밀러의 기습적인 외곽포는 그물망을 흔들었고 경기는 인디애나의 96-94 승리로 끝났다.

[영상] '밀러 타임' 레지 밀러의 '4쿼터 원맨쇼'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김유철

[사진] 레지 밀러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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