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채널 '노는브로'의 김요한.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지난 달 5일 방송을 시작한 E채널의 '노는브로'(기획 방현영, 연출 박지은)는 절로 눈길이 가는 기획이다. 평생을 운동으로 보내다시피 한 종목별 최고의 선수들이 은퇴 후 인생의 하프타임을 보내며 함께 모여 그저 놀아보는 시간. 지켜보다 보면 그 유쾌하고도 따뜻한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담겨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키 2m에서 오는 강력한 파괴력으로 코트를 휩쓴 스타 플레이어이자, '배구계 강동원'으로 불렸던 저세상 피지컬의 소유자 김요한(36)은 그 주축 중 한 명이다. 큰형님인 전 야구선수 박용택, 농구계 '인싸' 전태풍, 그리고 분위기 메이커인 전 유도선수 조준호와 '노는브로'에 함께하는 중이다. '브로'들과 어울려 웃고 즐기고 떠들며 '노는' 재미를 만끽하는가 하면, 파출부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뒷바라지 속에 어렵게 선수생활을 했던 지난 시간을 돌이키는 모습에서 '코트 위 귀공자' 이미지에 가려졌던 그의 새 면모가 보인다.

2019년 조금 이른 은퇴 이후 지금은 모바일게임 회사 스노우파이브 이사로 근무하면서 KBS N 해설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를 만났다. 고개를 한참 꺾어 올려다봐야 하는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은 여전했지만, 코트 위 카리스마를 넘은 인간미와 재치는 반전이었다. '노는브로'를 만나기만 하면 수다가 그칠 새가 없다는 그는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라며 웃음지었다.

-'노는 브로'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제작진 제안으로 미팅을 했다. 멤버들 합이 좋겠다 해서 뽑아 주셨다.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 은퇴 후 방송을 하고 있다가 아킬레스 건이 끊어져서 수술을 받으면서 공백기가 있었다. 보조기 착용하고 활동을 재개하며 해설을 했는데, 앉아만 있다보니 불편하기도 했다. 시즌 끝날때 쯤 기회가 왔다."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코트 위 귀공자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적잖이 놀랐다.

"지인들 아니고서야 몰랐던 이야기다. 잘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팬들도 몰랐을 거다.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 역경을 잘 이겨내고 왔기에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송 본 분들이 놀라셨다고 하더라. 대학교 때부터 국가대표를 했고, 억대연봉을 받고,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하지만 과거는 다르니까, 잘 알려지지 않은 저런 새로운 면이 있구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이미지와 달라 더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방송 후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다. 예쁘게 편집해 주신 덕이다. 예전 생각하며 저도 재미있게 봤다."

-'브로'들과의 만남은 어땠나. 지난 농활 편을 보니 서로 즐거워하는 게 느껴지더라.

"저도 마음이 따뜻해지더라. 촬영할 때도 힘든 경우도 있는데 행복하게 촬영했구나 느끼니까 마음이 훈훈하더라. 브로들한테도 고맙다. 제작진에게도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 든다. 첫 만남에 다들 초면에 어색했는데 2시간 끝나고 나니까 이미 친해져 버렸다. 너무 좋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다."

-팀워크는 어떤가.

"너무 좋다. 너무 자연스럽게 가까워져서 시너지 효과도 많이 난다. 서로 장난치고 받아치고 티키타카가 있다. (박)용택이 형이 그 중심에 있다. 정말 범접할 수 없는 분인데 정말 스스럼없이 웃으며 받아주신다. 다른 누구 아닌 용택이 형이라 너무 좋다. 행복하게 촬영할 수가 있다. 형님이 그렇게 해주시니 막내 (조)준호가 까불 수 있다. (전)태풍이 형은 자기한테 할 말을 다 하는데 자기한테 불리한 건 못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 모이기만 하면 다들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완전히 '리얼'이기는 하지만, 다음 파트로 넘어가야 하는데 얘기가 안 끊기니까 제작진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 촬영이 끝나고도 저희끼리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가 끝이 없다. 재밌는 건, 준호는 그렇게 까불면서 동생들이 오면 엄청 편안하게 다가가고, 더 챙긴다. 어색할 수 있는데 준호가 중간다리 역할을 엄청 잘 해준다. 나이 차이가 있었도 팀워크가 좋다. 4명이 함께하는데 그 중에서도 용택이 형과 준호가 역할을 잘 해준다. 서로가 시너지 효과가 있다.

-'뭉쳐야 찬다-전설들의 조기축구'(뭉찬)에도 출연했다. 은퇴 후에 방송으로 이뤄진 다른 종목 선수들과의 만남은 어떤가.

"뭉찬'으로 방송을 시작하다보니까. 그쪽은 아무래도 18명이나 되고 1년 넘게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제일 큰 형님이 (이)만기 형님, 허재 형님이니까, 방송이 아니라면 정말 형님이라고 말도 못 붙이는 분들이시다.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다른 종목 분들을 뵐 일이 없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만나서 알아가다보니까 참 좋았다. 같이 같이 운동했다는 공감대 하나로 이해해 주시고 챙겨주시고, 고맙고 감사한 부분이 있다.

'노는브로'는 고정이 4명이고 그에 비하면 나이 차이도 많이 안 나니까 결속력이 남다르다. 몇달 안 됐지만 끈끈함이 어디 못지 않다. 소수 인원이라 더 끈끈한 것 같다. 또 '뭉찬'은 스포츠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인데, '노는브로'는 말 그대로 노는 프로그램이다.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수다떨고, 선수들의 혹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포츠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 E채널 '노는브로'의 김요한. ⓒ스포티비뉴스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전념해 왔으니 평범한 학창생활이나 노는 경험은 없었을 것 같다.

"이제 시작하는 친구들은 잘 모를거다. 이제는 시스템이 좀 바뀌어서 수업을 받고 다른 시간에 클럽활동 하듯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식이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시작하자마자 수업을 안 받았다. 친구들을 소풍도 가고 운동회도 하고 하는데 저는 운동한 기억 뿐이다. 수학여행 한 번을 안 가봤고, 숙소 생활도 미리 시작한다. 좋아하는 것,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서 맞바꾼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괜찮은 것 같다. 성공한 사람만 비춰지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돌이켜보면 재능도 운도 있었던 셈이라 감사하다."

-그래서 '노는브로'에서 해보는 여러 경험이 더 특별할 것 같다. 즐기는 모습에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더라.

"농활 이야기도 했지만, 저희 중에 농활 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그러다보니 '노는브로'에서 MT를 간다든지 농활을 간다든지 이런 게 더 재밌다. 안 해봤던 것들이다. 어렸을 때 못했던 것을 한풀이 한다. 용택이도 형 딸이 있고 태풍이 형은 애가 셋인데, 남자들을 풀어놓으니까 애기들 같다.(웃음) 촬영 전에는 '브로'들 만나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기대 반 설렘 반이다. 그렇게 재밌게 촬영하고 제작진이 예쁘게 찍어주시니 보는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노는 데 끝이 없다고 하던데….(웃음)"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는지.

"저는 농활이 재미있었다. 마침 이모 집에 가서였는지 예전 추억 생각이 많이 났다. 운동 시작하기 전에는 매주 갔다. ㅈ금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그때는 다 사람이 살았는데 빈 집이 많아 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모도 보고 후배도 있고, 재미있게 찍었다."

-그 날은 배구선수 후배 임성진씨와 함께이기도 했다. 명실상부 비주얼 원톱이었는데 비주얼이 투톱이 됐더라.

"평생 문성민과 투톱이라 했는데, 투톱보다는 원톱이 좋다. 놓치지 않겠다.(웃음)"

-'노는브로'들과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딱히 무엇을 해보겠다 하는 건 없다. 제작진이 매주 만들어주시니까 좋다. 여름이니까 해보고 싶은 건 납량특집이다. 불 하나 없이 폐가체험, 공포체험을 하고 싶다. 겁이 원래 없다.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무섭지 않다. 그런데 용택이 형이 무서워한다. 놀이기구 타며 용택이 형이 소리를 지르니까 딸이 보면서 즐거워하더라. 저도 느끼고 싶다. 제가 키 상한에 걸려서 놀이기구를 탈 수는 없으니, 납량특집에서 무서워하는 용택이 형을 직관하고 싶다. 그것 때문에 가고 싶다.(웃음)"

-'노는브로'를 하며 바람이 있다면?

"배구를 했던 김요한, 저의 여기만 알려져 있지 않나. 그 외의 것은 잘 모르시니까 처음 들어갔을 때는 인간적인 김요한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전에 다른 방송을 하든 뭘 하든 말 많이 하는 모습을 못 봤다며 '말 좀 해라'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면 '뭐지?'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김요한도 말이 많구나'를 보여드리겠다. 목표가 두 가지다.(웃음)"

▲ E채널 '노는브로'의 김요한. ⓒ스포티비뉴스
-만화 덕후이자 게임 덕후이기도 하다.

"만화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진심이다. 만화책 모으는 걸 좋아해 사무실에도 만화책이 많고, 본가에도 있다. 영화 만화 애니… 다 보는 걸 좋아한다. 취미생활이라 주말에 쉬면 몰아놨다가 이틀에 20시간 이상 날 밝을 때까지 보기도 한다. 최근 본 건 '타이의 대모험'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현업 게임회사 이사로 제2의 삶을 열었다. 김요한에게 게임이란?

"저에게 게임이란 놀이고 유흥이고 스트레서 해소법이자 일탈이기도 했다. 운동만 했었기에 멀리 돌아다닌 적도 없고, 그랬던 저에게 배구 외적으로 놀이를 할 수 있는 일탈이었다. 배구로 받은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다. 오락실에서 처음 했으니 배구보다 먼저 게임을 만났다.(웃음) 오락실, PC, 모바일을 거쳐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왔다. 너무 재미있다. 플레이를 먼저 했던 사람으로서 개발자들과 이야기가 통한다. 방향성, 시스템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역지사지로 개발자, 회사 입장을 생각하게도 되고. 제2의 삶이 탄탄하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운동을 얼마나 잘하고 오래할 것인지만 생각하다보면 다음 생각을 못한다. 계획을 못 세운다. 막막할 수 있는데 운 좋게도 저는 회사에 출근하고 방송도 한다. 프로 막바지 시절보다 지금이 더 바쁜 것도 같다.

-인간 김요한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운동선수로서의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배구선수로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 배구선수 하면 김요한이 있었지, 그런 선수가 되고 싶었다. 어느 정도는 이루고 은퇴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제2의 인생을 살면서는 다른 것 없다. 행복하게 살면 된다. 배구를 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제2의 인생이 치열하지 않다는 게 아니지만, 행복하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즐기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목표다. 다른 것 없다."

-그런데 혹시 결혼 계획은?

"물어볼 줄 알았다. '명언택'이신 용택이 형이 한 말이 있다. 제가 지금이 제2의 인생이라 했지만, 결혼하게 되면 그것이 제 삶의 제 2막이 되고, 2세를 얻게 된다면 육아 전쟁의 3막이 될 거라고. 저도 그렇게 2막, 3막을 맞이하고 싶다.(웃음)"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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