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버팔로(미 뉴욕주), 조미예 특파원] “솔직히 넘어갈 줄 몰랐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속도 잘 나오고 컨디션도 좋아 보였습니다. (최고 구속 92.4마일) 그런데 한 경기 볼넷 3개 만루홈런 허용을 포함 7실점을 했습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34)의 이야기입니다. 

5일(한국시간) 뉴욕주 버팔로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5⅔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3볼넷 7실점(6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평균자책점도 2.49에서 3.23으로 치솟았습니다. 줄곧 2점대를 유지했던 류현진이기에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은 낯설기만 합니다. 

1회는 굉장히 산뜻한 출발을 했습니다. 워밍업 할 때도 컨디션이 좋아 보였는데, 그 모습이 경기로 이어진듯했습니다. 그런데 수비 실책이 일어나며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쉽게 풀릴 수 있었던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4회 요단 알바레스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5회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솔로포를 허용, 6회 2사 만루에서는 마틴 말도나도에게 좌월 만루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초반 투구 수 관리도 잘 됐고, 옛 동료 잭 그레인키과 좋은 대결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더 이상 마운드에 머무를 수가 없었습니다. 

말도나도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한 류현진은 몬토요 감독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첫 번째 홈런은 살짝 찍혀 맞아서 홈런 느낌이 있었는데, 두 번째 타구는 솔직히 넘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6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맞이하자 피트 워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류현진과 대니 잰슨은 추가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신중해야 했고,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둘의 대화도 길어졌습니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마틴 말도나도를 상대해야 하는 류현진. 생각이 많아 보였습니다.  
고민해서 꺼내든 건 체인지업이었는데 마틴 말도나도는 류현진의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쳐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습니다. 구리엘 주니어가 펜스를 붙잡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류현진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윈드 터널’이라 불리는 세일런필드 좌측 담장입니다. 악명 높은 곳입니다. 살짝만 툭 쳐도 바로 담장을 넘긴다는 ‘약속의 좌측 담장’. 

몬토요 감독도 “바람의 영향이 있었다”라며 만루 홈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보통 홈런을 허용하면 아쉬운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숙입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줄곧 전광판만 바라봤습니다. 말도나도의 타구가 담장을 넘겼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3명의 주자와 함께 홈을 밟은 말도나도는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류현진은 아쉬움이 짙게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시 전광판을 바라봅니다. 
리플레이 되는 영상도 믿기지 않았고, 전광판의 기록도 낯설었습니다.  
몬토요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도 여전히 그의 시선은 전광판에 고정됐습니다.  
그만큼 믿기지 않는 홈런이었습니다. 
마운드에 올라온 몬토요 감독에게 공을 넘기면서도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믿기 힘든 만루 홈런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가 싶었는데, 
다시 한번 뒤돌아봅니다. 홈런이 될 타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계속 확인했던 것입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구에서 실수가 많았다”라고 답하며, “실투가 많았던 이유를 찾을 생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심 이동이 문제였던 것 같은데, 정확한 건 비디오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 말이죠. 


스포티비뉴스=버팔로(미 뉴욕주), 조미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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