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구장을 바꾼 뒤에도 여전히 건재한 공격력을 과시 중인 놀란 아레나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놀란 아레나도(30·세인트루이스)는 데뷔 이후 줄곧 리그 최고의 3루수로 공인됐다. 화려한 경력을 보면 이견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13년 콜로라도에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아레나도는 첫 해부터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에 이어 2015년부터는 매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레이스에 포함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MVP 투표 10위 내·올스타·골드글러브를 모두 따내는 기염을 토했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은 실버슬러거까지 추가했다. 적어도 리그 3루수 중 아레나도만큼 타이틀이 많은 선수는 없었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콜로라도와 9년 총액 2억7500만 달러(약 3060억 원) 계약을 맺으며 금전적 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최고 대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항상 아레나도가 홈구장의 덕을 본다고 비아냥댔다. 콜로라도의 홈구장은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 필드다. 해발 약 1600m 고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해 공이 더 멀리 뻗는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었다.

실제 아레나도는 데뷔 후 지난해까지 쿠어스필드에서 치른 543경기에서 타율 0.322, OPS(출루율+장타율) 0.9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아레나도의 통산 OPS 0.890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였다. 홈에서 성적이 더, 그것도 유의미하게 큰 폭으로 좋았던 건 사실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된 아레나도의 성적에 관심이 몰린 이유이기도 했다. ‘하산’한 아레나도의 성적이 추락한다면 이른바 ‘구장빨’ 의혹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레나도는 성적으로 모든 의혹을 물리치고 있다. 아레나도는 이제 상대적으로 투수친화적인 부시스타디움을 홈으로 쓰면서도 여전히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레나도는 8일(한국시간) 현재 시즌 59경기에 타율 0.287, 11홈런, 40타점, OPS 0.855를 기록 중이다. OPS 0.900을 네 차례 넘겼던 아레나도의 성적을 생각하면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MLB는 근래 타고투저, 홈런의 시대에서 완벽히 전환했다. 삼진이 늘어났고, 이제는 투고타저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리그 평균과 대비, 시대의 흐름을 보정하는 조정 OPS(OPS+)를 보면 아레나도의 올해 OPS+는 139다. 이는 개인 최고 시즌이었던 2018년의 133을 뛰어넘는 수치다. 아레나도는 ‘구장’과는 크게 연관이 없었던 셈이다.

여전히 건재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아레나도는 갈수록 공격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OPS 0.760을 기록했던 아레나도는 5월 OPS가 0.949에 이르렀다. 홈런포가 터져 나오면서 장타력이 좋아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확신도 갈수록 더 강해진다. 세인트루이스는 아레나도의 올해 연봉 3500만 달러를 콜로라도로부터 보조받았다. 실제 돈이 나가는 건 내년부터다. 하지만 이 정도 생산력이라면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정도다.

반대로 콜로라도의 성적은 추락하고 있다. 아레나도는 ‘야망’이 없는 팀 수뇌부를 비판했고 이것이 결국은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그리고 야망이 없었던 콜로라도는 현재 전력도, 미래 팜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채 답답한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아레나도로서는 어쩌면 ‘하산’이 자신의 능력, 그리고 야망을 지키기 위한 옳은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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