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리드오프로 기대를 모았으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아키야마 쇼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키야마 쇼고(31·신시내티)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리드오프로 뽑혔다. 3할을 칠 수 있는 콘택트 능력, 4할 출루율을 만들 수 있는 선구안, 만만치 않은 장타력에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발까지 갖췄다. 여기에 수비력 또한 리그 최정상급이었다.

일본에서 성공한 아키야마에 여러 메이저리그(MLB) 팀들이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했다. 아키야마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와 3년 21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좋은 조건의 계약을 맺고 MLB 무대를 밟았다. 혹자들은 “폭삭 망하기가 더 어려운 선수”라면서 메이저리그에서 20-20을 달성했던 추신수(39·SSG)의 마이너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유가 있었다. MLB에서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게 예상됐던 일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콘택 능력과 선구안이 있는 선수였고, 내야안타를 만들 수 있는 발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 여겼다. 게다가 수비력까지 있으니 웬만해서는 폭삭 망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MLB에 갈 때까지만 해도 이런 평가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실패하기가 더 어렵다던 이 선수는,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난 지금 실패작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키야마는 지난해 54경기에 나갔지만 타율 0.245에 머물렀다.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0.357로 체면은 세웠으나 장타율의 폭락은 심각했다. 아키야마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654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적응의 시기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올해는 점점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아키야마는 올 시즌 첫 24경기에서 타율 0.217, OPS 0.533에 머물고 있다. 최근 들어 조금 나아진 수준의 성적이지만 장타가 없는 상황에서 활용도는 제한적이다. 도루도 1개 성공, 1개 실패에 그치고 있다. 아무리 수비력이 좋아도 이 정도 공격 생산력의 리드오프는 낙제라고 할 만하다.

투자한 돈이 있는 만큼 아키야마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있는 신시내티다. 그런데 정작 나가면 나갈수록 바닥을 보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8일(한국시간)까지 제대로 당겨 쳐 만든 안타가 단 하나도 없고, 콘택트에 급급한 밀어 친 안타만 나오고 있다. 올해 집계된 35개의 타구 중 배럴 타구(장타율 1.5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구)는 단 하나도 없다. 지난해에도 0.8%에 불과했다. 장타율이 높아질 리가 없다. 

올해는 슬라이더나 커브 등 브레이킹 볼에 뚜렷한 약점도 드러내고 있다. 브레이킹 볼 타율은 0.167에 불과하다. 상대 투수들은 지난해보다 브레이킹 볼의 비율(26.6%→31%)을 높여가며 아키야마를 상대하고 있다. 아키야마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패스트볼 승부는 갈수록 줄어든다.

만약 아키야마가 이대로 실패한다면, “동양인 타자는 MLB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최고의 리드오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적나라하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무대에서 16년을 버틴 추신수,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만 3000안타를 친 스즈키 이치로의 위대함만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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