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인 상식 숫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류현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는 첨단 카메라 및 컴퓨터 장비가 속속 도입되면서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석 시스템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에 회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는 현장의 감은, 이제 모든 공의 회전 수를 측정하는 컴퓨터 장비로 증명되고 있다.

사실 타자들이 가장 어려운 공은 변화구가 아니다. 빠른 공, 그중에서도 제구가 되는 빠른 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처할 시간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수들은 되도록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한다. MLB를 주름잡는 투수들도 대개 95마일(153㎞) 이상의 빠른 공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여기에 회전이 더 많이 걸리고, 수직 무브먼트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지금도 수많은 투수들이 더 빠른 공, 더 많은 회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이유는 충분하다. 결과로 나타난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높은 회전율이 좋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배워서 알고 있다”면서 “실제 패스트볼 회전 수 상위 25% 이내의 선수들은 16명이 평균자책점 3.00 이하, 그리고 11명이 평균자책점 2.50 이하다”면서 회전 수와 성적의 차이가 유의미하게 연결됨을 강조했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은 “야구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면서 예외 사례도 들었다. ‘디 애슬레틱’은 “사실 하위 25% 선수들의 평균자책점은 4.24로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다. MLB 평균이 4.03이고, 25명 중 11명은 4.0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몇몇 선수들은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디 애슬레틱’이 첫 머리로 뽑은 예시는 바로 류현진(34·토론토)이었다.

‘디 애슬레틱’의 예시로 뽑은 4명의 선수 중 타일러 로저스(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패스트볼의 회전 수가 하위 1%지만,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라는 점에서 조금은 예외로 살필 필요가 있다. 조시 플레밍(탬파베이)의 경우 싱커 평균구속이 91.2마일이고, 마이클 피네다(미네소타) 또한 포심 평균구속은 약 91마일로 90마일(145㎞)을 넘긴다. 류현진은 90마일이 안 되는 유일한 선수다. 류현진의 올해 포심 평균구속은 89.3마일(143.7㎞)에 머문다.

류현진의 포심 평균구속은 리그 하위 3%, 분당 1931회의 포심 회전 수는 하위 2%다. 메이저리그 선수 100명을 줄 세우면 구속은 97등, 회전 수는 98등인 셈이다. 근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커브 회전 수 또한 하위 43%로 리그 평균 수준이다. 포심의 수직 무브먼트(20.4인치)는 리그 평균보다 21%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뛰어난 제구력과 구종 선택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속과 회전 수가 전부는 아님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때로는 야구에서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는데 류현진의 성적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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