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 3학년 좌완 에이스 이병헌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섣불리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두산 베어스는 큰 고민 없이 2022년 1차지명권을 행사할 것 같았다. 1년 전부터 서울고 좌완 이병헌(18)의 이름과 두산을 합성한 '두병헌'이란 말이 돌았다. 이병헌은 2학년이었던 지난해 최고 구속 151km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은 서울권 최고 유망주다.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질 수 있는 왼손 투수를 마다할 구단이 있을까. 서울권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두산이 이병헌을 품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올해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병헌의 팔꿈치 인대에 문제가 생겼다. 투구를 멈추고 검진을 받았고, 고민 끝에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다. 천천히 몸을 만들어 최근에 불펜 피칭까지 가능해졌다. 서울고 유정민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이병헌의 팔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고, 불펜 피칭 후에도 통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실전 투입을 준비했다. 

이병헌은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 유신고와 8강전에 0-2로 뒤진 3회 무사 2루 위기에 3번째 투수로 나섰다. 우승 후보 1순위 유신고를 따라잡기 위해선 에이스의 역투가 절실했다. 당장 시속 150km 직구를 던질 것이란 기대를 했다기 보다는, 그동안 팀 에이스로 지켜본 이병헌을 믿고 올렸다.

복귀전부터 만족할 수는 없었다. 투수들이 특히 예민한 팔꿈치를 다친 뒤라 마운드 위에서 조심스러웠다. 이병헌은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1자책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서울고는 유신고에 7회 2-9로 콜드게임 패해 대회에서 탈락했다.

실전 공백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25구 가운데 볼이 12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7km가 나왔고, 주로 137~139km 사이를 오갔다. 

▲ 서울고 좌완 이병헌이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두산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것 같다. 팔 스윙을 봐도 공을 완전히 때리지 못하고 있다. (팔꿈치에) 통증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팔 스윙을 보면 정상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늘(11일)은 구속도 안 나오고, 제구도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지금 컨디션이 지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두산 2016년 1차지명 우완 이영하(24), 2017년 1차지명 사이드암 최원준(27)은 지명하자마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게 하고 팔 상태를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 당장 팔의 컨디션보다 성장 가능성을 더 높이 산 결과였다. 두 투수는 현재 1군에서 중용되고 있다.   

위 관계자는 "아마추어 야구에서 팔 상태나 몸 상태가 완벽한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섣불리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이병헌이 등판하는) 연습 경기까지 직접 지켜볼 예정이다. 그리고 추후에 회의를 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 이병헌이 좋은 투구를 보여주지 못해도 더 눈에 띄는 차선책이 없다면 그대로 이병헌을 선택할 것이고, 아니면 차선책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그래도 두산이 이병헌으로 가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지금은 더 신뢰를 얻는다. 시속 150km를 던질 수 있는 좌완은 그만큼 귀하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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