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지금 슈테피 그라프가 도와준 것이 생각납니다."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34, 미국, 세계 랭킹 1위)의 아성이 무너졌다.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 윌리엄스를 만난 안젤리크 커버(27, 독일, 세계 랭킹 6위)는 '그물망 수비'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커버는 30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6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윌리엄스를 2-1(6-4 3-6 6-4)로 이겼다. 윌리엄스는 2012년 윔블던 우승 이후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 결승전에서 8연속 우승했다. 윌리엄스의 그랜드슬램 결승 성적은 21승 5패다.

평소에도 강했던 윌리엄스는 큰 대회 결승에 오르면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호주 오픈 2연패는 물론 이 대회 7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커버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커버는 지난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4번 정상에 올랐다. 올해 첫 프리미어급 대회인 호주 브리즈번 인터내셔널에서는 준우승했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유독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부진했다. 호주 오픈에서 커버가 기록한 최고 성적은 2013년과 2014년 4회전에 진출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 대회에서는 현역 최고 선수인 윌리엄스를 꺾고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이 확정된 뒤 커버는 코트에 누웠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를 마친 그는 USA 투데이를 비롯한 언론에 "내 인생 최고의 2주를 보냈다. 오늘(30일) 밤 내 꿈이 이루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에 그친 윌리엄스는 커버를 축하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정말 잘했다"며 "그는 많은 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가졌다"고 말했다. 윌리엄스의 코치 패트릭 무라토글루(45, 프랑스)는 "세레나도 인간이다"고 말한 뒤 "커버를 축하하고 싶다. 그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세레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을 경우 슈테피 그라프(46, 독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코트를 풍미했던 그라프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2번 정상에 올랐다.  윌리엄스의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횟수는 21번이다. 그라프가 가진 22회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기록은 그랜드슬램 대회에 프로 선수의 참가가 허용된 1968년 4월 이후 남녀 테니스 선수 통틀어 최다다. 여자 테니스 사상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운 이는 마거릿 코트(호주)다. 코트는 24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커버는 그라프와 같은 독일 국적이다. 독일 몇몇 언론과 팬들은 커버가 결승전에 오르자 그라프의 기록에 도전하는 윌리엄스를 잡아 주길 기대했다. 커버는 "내가 1세트를 이겼을 때 스스로를 정말 좋은 선수라고 믿었다. 그라프가 도와준 것이 생각난다.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2번 우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슈테피(그라프) 이후 독일 여자 선수 가운데 누군가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우승해서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사진1,3] 안젤리크 커버 ⓒ GettyImages

[사진2] 안젤리크 커버(오른쪽) 세레나 윌리엄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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