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호 황태자의 이유를 레바논전에서 증명한 남태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벤투호의 황제' 남태희(알사드)가 답답하던 경기 흐름을 180도 바꿨다.

남태희는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최종전 레바논전에 후반 시작과 함께 이재성(홀슈타인 킬)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레바논전 결과에 상관없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벤투호였다. 한결 여유가 있었다. 반면 레바논은 무조건 한국에 승점을 따야했다. 최소 무승부, 최대 승리면 8개 조 2위 상위 4팀에 주어지는 최종예선 티켓 확보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영혼을 앞세워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레바논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 간격을 좁히며 벤투호를 상대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면서 공격 2선의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이재성(홀슈타인 킬)-권창훈(수원 삼성)이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를 지원했다.

철저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취한 레바논에 벤투호는 다소 다급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슈팅 수 11-1, 유효슈팅 2-1, 볼 점유율 67%-33%로 압도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볼 관리는 했지만, 공간을 뚫어주는 패스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12분 수니 사드의 개인기에 수비가 무너지며 실점한 뒤 한국 축구가 중동팀들을 상대로 자주 당했던 '침대 축구'가 등장했다. 한국의 답답함을 유도하려는 레바논의 전술, 전략이었다.

이재성과 권창훈은 힘있게 움직였지만, 패스가 직선적이라 수비에 맞고 나오기 다반사였다. 섬세한 패스나 움직임으로 레바논 수비 뒷공간을 깨는 센스가 필요했다.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이재성이 빠지고 남태희가 들어왔다. 남태희는 동료들의 움직임에 따라 패스 속도를 조절해 넣어주는 능력이 일품이다. 이전 벤투호 경기에서도 남태희는 항상 경기 흐름을 바꾸는 패스로 상대를 녹였다.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태희의 투입은 효과가 있었다. 볼 없는 움직임에 레바논 수비는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렀다. 볼을 잡으면 이미 움직이는 동료에게 빠르게 연결하는 능력도 있었다.

결국, 송민규의 동점골로 1-1이던 후반 20분 일을 저질렀다. 손흥민의 공간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안에서 슈팅을 하는 시늉을 하면서 볼의 방향을 바꿨다. 이 상황에서 오우마리의 손에 볼이 닿았다. 오우마리는 남태희의 움직임에 속아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 넘어지며 핸드볼 파울을 저질렀고 그대로 페널티킥이 선언, 손흥민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남태희는 공격 2선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볼 소유에 집중했다. 개인은 높이에서 다소 열세였지만, 공간 활용으로 극복했다. 두 명의 수비가 압박하면 사이로 패스를 열어주며 공격을 이어가게 했다. 벤투 감독이 사랑하는 이유를 움직임으로 증명한 남태희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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