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KIA. 이날 더블헤더 전까지 8위를 달리던 KIA는 일요일만 되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4월과 5월 그리고 이달 6일 광주 LG 트윈스전(0-10 패배)까지, 일요일 10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한 주의 마지막 단추를 매번 어긋나게 꿴 KIA로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좀처럼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런데 롯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8-7 승리를 거두고 일요일 9연패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깨지 못한 징크스가 있었다. 바로 낮경기 전패였다.
롯데는 올 시즌 치른 11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무10패. 오후 2시 시작되는 일부 주말 게임을 비롯해 공휴일 경기에서 모두 졌다는 뜻이다. 그나마 KIA는 낮경기 성적이 1승11패로 롯데보다는 한 계단 위였다.
이처럼 일요일과 낮경기에서 유독 약한 KIA와 롯데는 최소 1승을 목표로 이날 더블헤더를 임했다. 그리고 바람대로 1승씩을 나눠가지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먼저 웃은 쪽은 롯데였다. 선발투수 앤더슨 프랑코가 5⅔이닝 7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3자책점)으로 자기 몫을 다하지 못했지만, 3-4로 뒤진 6회말 정훈의 동점 적시타와 김민수의 2타점 결승 2루타가 연달아 터지며 8-6 역전승을 거뒀다. 또, 신인 좌완투수 김진욱은 6회 구원등판해 1⅓이닝 동안 22구를 던지며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승리를 낚았다.
롯데가 먼저 낮경기 전패를 끊어내자 이번에는 KIA가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KIA는 더블헤더 2차전에서 선발투수 이민우의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 호투를 앞세워 6-3으로 이겼다.
2회 집중타를 앞세워 4점을 선취한 뒤 3회 프레스턴 터커의 우월 솔로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KIA는 4회와 5회, 7회 1점씩을 내주며 쫓겼지만,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일요일 전패를 끊었다.
이날 더블헤더 1차전과 2차전의 소요 시간은 각각 3시간46분과 3시간30분이었다. KIA와 롯데가 암흑의 터널을 지나기 위해 펼친 일요일 밤의 혈투는 이렇게 긴 시간을 거친 뒤에야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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