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수가 레바논전에서 단단한 수비력을 뽐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양, 서재원 기자] 레바논전 박지수(수원FC)는 벽이었다. 

박지수는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는 광저우FC(전 헝다)에서 2년 간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중, 군 복무를 위해 올겨울 수원FC로 임대됐다. 중국 슈퍼리그 최고의 팀의 주전 수비수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연이은 오심의 희생양이 되면서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심으로 인한 연이은 퇴장과 사후 감면이 반복되는 사이, 팀 성적은 추락했다. 부담감은 쌓여갔고, 억울한 마음에 스스로 평점심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한 번 꼬인 실타래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불운을 떨치고자, 자신의 수원FC 홈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에게 행운 소금까지 선물했지만, 해당 경기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는 불운에 경고 누적 퇴장까지 당했다.

박지수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온전한 실력을 보여주길 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A매치 3연전을 더욱 착실히 준비했다.

준비한 자에게 기회는 왔다. 투르크메니스탄전 막판에 교체 투입돼 예열을 마친 박지수는 지난 스리랑카전에 선발 출전했다. 원두재와 호흡을 맞췄는데, 상대의 몇차례 역습을 완벽히 차단했다. 비록, 전략적인 이유로 후반 시작과 함께 김민재와 교체됐지만, 벤투 감독에게 충분히 눈도장을 받을만한 활약이었다.

▲ 박지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곽혜미 기자

박지수가 가장 빛난 경기는 13일 레바논과 최종전이었다. 벤투 감독은 레바논전에 손흥민과 황의조를 비롯한 최정예 멤버를 출동시켰는데,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김민재를 대신해 박지수에게 중앙 수비를 맡겼다. 박지수는 김영권과 함께, 중앙 수비를 구축했다.

그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박지수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했다. 상대 공격수와 일대일 경합에서 지는 경우가 없었다. 마치, 벽과 같았다. 경기 초반 선제 실점은 아쉬웠지만, 박지수 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한국의 수비를 단단히 지켰다. 공식 기록에서 그라운드 경합은 100% 성공이었다.

수비에서 빌드업은 주로 김영권이 담당했지만, 박지수 역시 기회 때마다 중심에 섰다. 간간이 전방으로 패스를 찔렀는데, 위협적인 장면도 몇 차례 만들었다. 박지수는 후반 22분 교체되기 전까지 50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성공률은 94.3%에 달했다.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처럼 꿋꿋이 준비해온 박지수. 그는 자신의 생일에 펼쳐진 레바논전을 통해 본연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고, 왜 자신이 2020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지를 증명했다.

스포티비뉴스=고양, 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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