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오지환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선발됐다. ⓒ 고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2018년 6월 11일 월요일, 선동열 당시 국가대표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 명단이 나온 다음 날인 12일 경기를 앞두고 오지환은 다른 선수들처럼 대표팀 발탁 소감을 밝히지 못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 대표팀이면서도 존재감을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지내야 했다.

당시 오지환(LG)은 박해민(삼성)과 함께 '고의로' 병역을 회피하고 '억지로' 대표팀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나름대로는 대표팀 도전에 실패하면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각오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세간의 시선은 오지환의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심지어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는 선동열 감독이 국회에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3년 전도 지금도 그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 이들이 있기는 해도, 오지환은 그 3년 동안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당당하게 각오를 밝힐 수 있다. 오지환은 16일 2020년 도쿄 올림픽 최종 명단에 포함된 뒤 인터뷰에서 "사실 전혀 예상 못 했다. 워낙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그 선수들이 될 줄 알았다"면서도 "내심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야구인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3년 전에는 화려한 수비를 하는 어깨 좋은 유격수 정도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KBO리그 최고 유격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김경문 감독은 "수비를 가장 잘하는 유격수"라며 오지환 선정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오지환은 "예전에는 수비 능력이 측정되지 않았었다. 요즘은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뿌듯했다. 재평가받은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백 마디 말보다 플레이 하나로 실력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의지 때문일까.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오지환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목소리는 신중했다. 다시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커 보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강한 의지가 자라나고 있었다.

오지환은 "그때(아시안게임이 끝난 뒤)도 다시 국제대회에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위치와 시기가 다른 시점이 오면 다시 대표팀에 뽑혀보고 싶었다. 그때는 압박감, (냉담한) 시선을 많이 의식했다. 지금은 다른 도전이다. 갚고 싶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16일 키움전에서는 비록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오지환다운 수비로 투수들을 도왔다.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의 강습타구가 글러브 네트에 끼었는데도 재빨리 빼내 송구로 연결한 장면, 대주자 신준우의 추가 진루를 막는 과감한 3루 송구는 그야말로 국가대표급이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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