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오지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경기고 3학년이던 2008년, 오지환(LG)은 그시절의 '투타 겸업 유망주'였다. 투수로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8을, 타자로 9경기에서 타율 0.242를 기록했다. 

1학년 때는 4할 타율에 9경기에서 홈런을 3개나 쳤다. 1학년 때부터 빛났던 타격 능력에 투수를 할 만큼 강한 어깨를 믿고, LG는 오지환을 차세대 유격수로 선택했다. 투수가 아닌 내야수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오지환은 데뷔 2년째인 2010년 덜컥 1군에서 주전 유격수가 됐다. 시행착오가 없을리 없었다. 125경기에서 실책을 무려 27개나 저질렀다. 

오지환은 당시를 회상하며 "공이 오지 않았으면 했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외야로 뜬 공을 잡으려다 좌익수 바로 앞까지 뛰어가는 장면을 떠올리며 "그런 공이라도 잡아서 만회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고 했다.

2011년에도 오지환의 수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상으로 63경기만 뛰었는데 실책은 10개. 구단 내부에서는 오지환을 내야수로 기용하려는 시도를 원점에서 돌아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이때 2012년 시즌을 앞두고 작전-주루코치에서 수비코치로 보직을 옮긴 류지현 현 감독이 목소리를 냈다. 류지현 감독이 아니었다면 10년 뒤 "수비는 오지환이 최고"라는 김경문 감독의 말도 나올 수 없었다. 

▲ LG 류지현 감독 ⓒ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은 17일 키움전을 앞두고 2012년을 돌아보며 "(오지환이)유격수는 안 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때가 마침 내가 수비코치로 옮길 때였다. 구단에서 오지환의 최적 포지션을 고민했는데, 3년 동안 준비해서 안 됐다면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도 그만큼 더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금까지 준비한 시간이 있으니 유격수로 가보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지난 3년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류지현 감독은 먼저 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는 '빨리빨리' 하려는 성격이다.

"한 번에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버릇을 고치려고 했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가라앉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구의 중요성을 혹독할 정도로 강조했다. 체조를 할 때만 봐도 앞으로 빨리 가서 끝내려고 하더라. 기술적으로도 빨리 하려는 의도가 실수로 이어진다고 봤다."

그 다음으로는 스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지현 감독은 "어깨가 강하고 송구에 자신 있는 선수들은 스텝을 잘 안 쓴다. (급하게 하려는 습관을 고친)그 다음으로 발을 많이 쓰도록 하면서 지금의 오지환이 됐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다른 선수들과 달리 오지환은 움직이면서 포구를 한다. 덕분에 불규칙한 타구에도 대처가 된다"고 설명했다.

류지현 감독은 "본인은 잔소리가 지겨웠을 것이다"라면서 "김경문 감독님의 평가를 듣고는 '유격수는 안 된다'고 하던 선수가 여기까지 왔으니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또 선수를 절대 쉽게 판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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