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장원준은 1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데뷔 18년 만에 첫 세이브를 챙기고 기념구를 받았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그게 세월이지 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베테랑 좌완 장원준(36)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안고 있다. 2015년 두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할 때 구단이 4년 84억원을 투자해 안긴 선물이 장원준이었다. 장원준은 그해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에이스 임무를 톡톡히 해내며 두산 역대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에는 정규시즌 15승, 한국시리즈 1승을 더해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장원준은 김 감독이 우승 사령탑으로 커리어를 쌓아 나갈 때 큰 보탬이 된 투수였다. 

통산 129승을 책임진 장원준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꾸준히 마운드를 지킨 결과 고관절, 허리, 무릎 등 온몸에서 이상 신호가 왔고, 구속과 구위도 점점 떨어졌다. 2018년부터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니 2019년과 지난해는 2시즌 통틀어 1군 8경기 출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장원준은 지난해까지는 선발로 부활하는 그림을 그렸다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음가짐을 완전히 바꿨다. 선발이 아닌 중간 투수로 생존하는 법을 차근차근 터득해 나갔다. 장원준은 선발투수로 뛸 때는 몸이 늦게 풀리는 편이었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불펜 전환은 고민할 때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올해는 달랐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로 뛸 때 원준이는 몸이 풀리기까지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항상 1회가 고비였다. 지금은 전혀 그런 게 안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간 투수로 꾸준히 버틴 결과 구속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 구속 139km에서 140km까지 1km를 끌어올리는 게 버거워 고민을 거듭했는데, 올해는 시즌 초반 일찍이 시속 140km 고지를 넘으면서 점점 상승세를 탔다. 

1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최고 구속이 144km까지 나왔다. 불펜 전환 후 최고 구속이었다. 장원준은 4-1로 앞선 8회 2사 2루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18년 만에 첫 세이브까지 챙겼다. 전성기 구속 147~148km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봤다.

김 감독은 그동안 변화를 받아들이는 장원준을 지켜보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장)원준이가 우승할 때 선발로 참 잘해줬는데, 그게 세월이다. 원준이도 구속이 워낙 안 나오니까 중간에서 어떻게든 베스트로 던져서 버티고 있다. 그래도 (스프링캠프 때) 생각한 것보다 지금 페이스가 올라왔다. 구속이 옛날 같이는 안 나와도 공 끝도 괜찮고 잘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4년 데뷔해 올해로 프로 18년째인 장원준은 늘 새내기의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그는 데뷔 첫 세이브를 챙긴 뒤 "선발을 해봤기 때문에 승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더 완벽히 던지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직 불펜 1년차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아지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세월의 흐름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지만, 장원준은 힘은 들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두산 팬들이 사랑했던 '장꾸준'은 돌아오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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