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디 고베어가 막으면 LA 클리퍼스 선수들은 득점했다. '수비왕' 고베어가 수비에서 고민에 빠졌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루디 고베어가 앞에 있으면 LA 클리퍼스 선수들은 자신 있게 공격을 가져갔다. 고베어가 이번 시즌 포함 '올해의 수비수' 3회 선정된 NBA 수비왕이라는 건 잊어먹은 듯 했다.

클리퍼스가 1970년 창단 후 처음으로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에 올랐다. 19일(이하 한국시간) 홈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20-2021시즌 NBA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6차전에서 유타 재즈를 131-119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클리퍼스가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통과했다. 이제 피닉스 선즈와 파이널 진출을 놓고 다툰다.

스몰라인업이 빅라인업을 깼다. 몇 년 전부터 달라진 세계농구의 흐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경기였다.

카와이 레너드가 무릎 부상으로 빠진 클리퍼스의 승부수는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이었다. 서지 이바카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정통 센터인 이비카 주바치는 발이 느려 수비에서 상대 가드의 먹잇감이 됐다.

터런 루 클리퍼스 감독은 레너드 자리를 가드 테렌스 맨으로 채웠다. 공격에서 맨은 루디 고베어와 매치업됐다. 맨의 키는 196cm, 고베어는 216cm. 키 차이가 무려 20cm났다.

퀸 스나이더 유타 감독은 평소대로 했다. 클리퍼스 스몰라인업에 맞추지 않았다. 같이 스몰라인업으로 돌리기엔 '에펠탑' 고베어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고베어는 NBA 최고 수비수다. '올해의 수비수'만 세 번, 올 NBA 디펜시브 팀에만 9번 뽑혔다.

큰 키와 운동능력으로 상대 팀은 쉽게 유타 골밑에 들어가지 못했다. 기동력도 좋아 스위치 디펜스 대응력도 좋았다.

하지만 맨은 고베어를 앞에 두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이미 지난 5차전 고베어 앞에서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을 터트린 바 있는 맨이었다.

▲ 덩크슛하는 테렌스 맨.
이날 맨은 39득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양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다. 39점은 맨이 NBA는 물론 대학무대에서도 올려본 적이 없는 점수다.

이 39점 중 무려 30점을 고베어가 수비할 때 득점했다. NBA 역사상 플레이오프 한 경기에서 특정 선수를 상대로 30점 이상을 기록한 건 맨이 세 번째였다.

클리퍼스는 맨뿐 아니라 누가 공격하더라도 앞에 고베어가 막고 있으면 슛은 던졌다. 고베어가 조금이라도 처져있으면 외곽슛을 시도하고, 밖에 나오면 돌파했다.

경기 후반 클리퍼스가 연거푸 코너 3점을 넣을 때, 로테이션 수비수로 코너를 막았던 선수도 고베어였다. "고베어가 막으면 무조건 공격해라"라는 루 감독의 지시가 없었다면 보일 수 없는 공격 패턴이었다.

이날만큼은 고베어는 수비왕이 아닌 수비 구멍이었다. 경기 후 고베어는 "1쿼터 엉덩이 부상을 입었다. 그 후로 오른쪽 엉덩이 부문에 감각이 없었다. 제대로 뛰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예기치 않은 부상에 루 감독의 빠른 전술 대처 능력, 맨의 패기 넘쳤던 공격이 '수비왕' 고베어를 '수비 구멍'으로 만들었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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