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 전 베이브 루스와 비견되는 페이스로 달랴나가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대 야구에서 투·타 겸업은 꿈의 영역이라 불렸다. 점차 보직이 세분화되는 시대에 어느 하나만 잘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도전장을 내밀며 큰 화제를 모았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는 현대 야구의 상식을 깨뜨리고 있다.

첫 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팔꿈치 수술 후 오히려 ‘한계’의 증거로 지목되기도 했던 오타니다. 그러나 구단의 지원 속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올해 절정의 기량으로 최우수선수(MVP) 후보까지 올라섰다. 오타니는 21일(한국시간) 현재 투수로 10경기(53⅓이닝)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70, 타자로는 67경기에서 타율 0.272, 23홈런, 54타점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투수 겸 타자는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베이브 루스다. 루스도 선수 경력의 후반에는 타자에만 전념한 가운데, 최후의 역사적인 투·타 겸업 시즌은 1919년을 뽑는다. 이전에는 타자 쪽 기록에서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이 없었고, 1919년 이후로는 타자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양쪽의 접점이 1919년이다.

루스는 1919년 타자로 130경기에 나가 타율 0.322, 29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다소 비중이 들어든 투수로는 17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당시 투타를 모두 고려한 루스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은 9.9다. 아무리 100년 전, 야구가 지금처럼 체계화된 시기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엄청난 기록이다. 실제 이후 100년 동안 아무도 루스가 투타에 걸쳐 한 일을 재현하지 못했을 정도다. 

그런데 오타니는 지금 시점만 놓고 보면 루스의 당시 기록을 뛰어 넘는다. 첫 68경기(팀 기준) 성적을 비교하면, 루스는 당시 투수로 10경기(선발 9경기)에서 83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14개로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오타니는 첫 선발 9경기에서 6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이닝(47⅓이닝)이 루스보다 훨씬 적기는 하지만 지금과 당시의 분업화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타자로도 만만치 않다. 1919년 루스는 첫 68경기에서 244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23, 10홈런, 장타율 0.611을 기록했다. 그런데 오타니는 팀의 첫 68경기에서 254타석에 나섰고, 타율 0.271, 19홈런, 장타율 0.618을 기록했다. 타율은 루스가 낫지만, 홈런 파워는 오타니가 훨씬 좋고 장타율도 소폭 앞선다.

이제 관건은 오타니가 건강하게 시즌을 이 페이스로 마칠 수 있느냐다. 아무래도 가면 갈수록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오타니가 큰 폭의 페이스 하락 없이 시즌을 완주할 경우, 1919년 루스의 팀 공헌도 못지않은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오타니가 야구의 전설, 그것도 전설 중의 전설과 비견될 만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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