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를 통해 유럽 생활과 향후 계획을 밝힌 이재성 ⓒ스포티비뉴스DB

<①에서 계속…>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임창만 영상 기자] "프리미어리그는 최고의 리그고 좋은 선수들만 모여있죠. (손)흥민이 이후 진출한 사람이 없으니 저 역시 원하고 바라고 있어요."

이재성(29)은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 입단을 3년 계약에 사실상 확정했다. 현지에서 마인츠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소위 '옷피셜'만 남았다. 분데스리가2(2부리그)에서 3시즌을 버텨 얻은 결과물이었다.

"손흥민은 이미 월드클래스인데 논쟁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다수의 팀이 이재성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모든 환경을 바꿔 놓았다. 워크퍼밋(취업비자) 조건을 충족해 프리미어리그(PL) 진출도 가능했지만, 상위권 구단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이재성을 원했던 중하위권 구단들도 동양인보다는 유럽 선수들로 눈을 돌렸다.

그래도 언젠가는 PL에 꼭 가고 싶은 것이 이재성의 마음이다. 동갑내기 손흥민(29. 토트넘 홋스퍼)과 같은 리그를 누빈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면서 이상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말해왔지만, 박지성, 이영표 선배가 PL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어요. 기회가 되면 PL에 진출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유럽 5대 리그에서 띄는 것이 큰 목표죠. PL은 최고의 리그고 좋은 선수들만 모여있죠. (손)흥민이 이후 진출한 사람이 없는데 저 역시 원하고 바라고 있어요."

PL을 홀로 누비고 있는 손흥민에 대한 걱정은 이어졌다.

"월드클래스 논쟁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PL에서 매 시즌 증명하고 있는데 필요 없지 않나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식상할 정도로 이미 월드클래스잖아요. (증명하는 것은) 선수에게 부담스럽지만, 숙제 같아요. 매 시즌 선수라면 증명해야 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어야겠죠.(특히 동양인 선수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구요. 매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해요. 그래서 (손흥민이) 더 크게 느껴져요."

A대표팀 주장을 맡은 손흥민의 부담은 생각 이상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로 거론될 정도로 존재감은 상당하다. 그만큼 손흥민이라는 이름값은 현재 한국 축구에서 가장 비싸다.

"주장을 달아보지 않았기에 (부담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옆에서 보면 항상 생활도 그렇고 경기장 안에서 모범을 보이려 하고 선수들까지 챙기는 것이 보여요. 최대한 도우려고 하죠."

▲ 요즘 표현으로 'K리그를 평정하고' 유럽에 도전한 이재성. ⓒ스포티비뉴스DB

▲ 전북 현대의 에이스였던 이재성은 홀슈타인 킬에서도 중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스포티비뉴스DB

"어린 선수들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유럽 진출부터 해야"

그나마 A대표팀에서 유럽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후배들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정상빈(19, 수원 삼성)이나 송민규(21, 포항 스틸러스) 등이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막판 4연전에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와서 소속팀에서 보였던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것이 대표팀에도 좋은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활발하게 작용해서 기존 선수들과 함께 대표팀에 힘이 되는 것 같다. (질문도) 제 옆이 아니라 흥민이 옆으로 가서 해요. 흥민이가 고생하는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 도와주려고 하는데 (막내들이) 대표팀 생활을 잘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국내 무대에서 성장해 유럽 진출로 이어지는 흐름이 끊기지 않기를 바란 이재성이다.

"선수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거예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유럽 진출을) 해야 하는데 두려워하거나 재지 말고 일단 진출부터 해야 한다고 봐요. 그곳에서 보여주고 증명해야 하지만. 나가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5대 리그든 주변 국가든 일단 나가야 한다고 봐요. 당연히 살면서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차지할 것이고 이해도 되지만,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 아닐까요. 어린 선수들이 좀 더 도전과 경험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한국 축구가 성장하려면 건전한 라이벌이 있어야 한다. 숙적 일본과는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최종예선에서 만나보지 못했다. 다만, 평가전이나 단일 대회에서 만나면 여전히 피를 토해내며 싸우고 있지만, 실력은 묘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유럽 5대 리그에는 일본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 중이다. 금전적인 부분을 우선하는 한국은 중국, 일본, 중동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선수들의 선택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유럽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재성은 일본의 끝없는 유럽 진출을 높게 평가했다.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만났으면 싶었고 최근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잖아요. 늘 마음을 갖고 있었고 겨루고 싶었어요. (이란까지) 가는 것도 힘들고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싶었죠."

▲ 늘 증명해야 하는 친구 손흥민만 보면 안타깝다는 이재성 ⓒ곽혜미 기자

"다음 월드컵에서는 꼭 16강에 갔으면 좋겠어요"

최종예선 조 편성 직전에 이재성을 만났기에 일본을 원했지만, 결과는 이란이었다. 그래도 일본과 꼭 어디서든 만나 싸우기를 바랐다.

"독일에 있으면서 일본 선수를 정말 많이 봤어요. 자유롭게 나와서 도전하고 안 되면 (일본으로) 돌아가는데 우리 역시 활발하게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런 점에서 일본의 체계가 부러운 것이 사실이에요. 한국도 보고 배울 부분이에요. 독일에 일본 선수가 정말 많은데 카마다 다이치(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일본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에 올라 벨기에와 명승부를 펼쳤다. 2-3으로 패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갖고 벨기에를 흔들었다. 90분 집중력에서 밀렸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일본을 본 이재성도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대한 꿈이 더 커졌다.

"러시아월드컵을 치르면서 스웨덴에 패한 뒤 제발 한 골만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흥민이가 멕시코전에서 한 골을 넣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상황을 꿈꾸며 독일전을 누볐고 승리했죠. 다음 월드컵은 승리도 해봤으니 골도 넣고 16강을 목표로 나아가고 싶어요."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이재성 역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서른줄의 나이에도 롤모델을 안고 축구에 열중하고 있다.

"한 선수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토마스 뮐러(31, 바이에른 뮌헨)인데요. 특별하게 어떤 부분을 닮기보다는 모든 것을 갖고 싶게 만들더라구요. 기억나실까 모르겠는데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에 비디오 판독(VAR)으로 (김)영권이 형의 골이 인정되는데 뮐러가 심판에게 시간을 물어보잖아요. 그 다급한 순간에도 동료들에게 6분 남았다고 하는 모습을 보고서 '아! 포기하지 않았구나' 싶더라구요. 그런 상황에서도 다독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던데 많이 배우고 싶어요."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이재성은 경쟁력을 더 높여 한국 축구 발전에 작으나마 기여하겠다는 꿈을 숨기지 않으며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사람마다 인생이 다르지만, 저만의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도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가 있겠죠.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파울루 벤투 감독보다는 더 가까운 최강희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닮고 싶다는 이재성. 최 감독이 2016년 K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이재성을 안아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DB

에필로그


1. 손흥민-황의조-손준호-김진수로 이어지는 1992년생 중 누가 외모로 1등일까?

"다들 각자 순위를 매기면 자신이 1등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저도 제가 1등이라고 생각해요."

2. 손흥민의 양발 활용, 황의조의 골 결정력, 손준호의 패스, 김진수의 스로인 중 가져오고 싶은 것은?

"(김)진수가 보면 뭐라고 할 것 같은데, 크로스 좋잖아요.(웃음) 각자의 장점을 갖고 싶어요. 흥민이의 양발 슈팅은 공격수로서 치명적인 무기죠. 수비수들이 막기 힘들고 의조는 움직임이나 문전에서의 득점, 준호는 수비나 킥력. 진수는 스로인으로 할까요." 

3. 머리는 계속 기르는 것이 나을까. 예전처럼 짧은 머리로 돌아가야 할까?

"기르다 보니 안정환 선배의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 그 모습처럼 길러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쉽지 않죠. 경기나 훈련에 방해될까 고민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즐겁게 봐주시니까 길러 볼까도 싶고, 축구인의 본질은 잃지 말아야죠."

4. 내가 벤투 감독이라면 빌드업 축구 철학을 유지한다 or 한국 축구에 맞게 수정한다

"저라면 계속해서 제가 가진 철학들을 고집해 나아가야 한다고 봐요. 때가 되면 (팬들이 인정해주실) 축구가 나올 것으로 봐요."

5.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 전설이 되는 것이 나을까 or 이적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이지 싶다. 팀에서 좋은 위치에 있고 저 역시도 흥민이가 토트넘에 남아서 우승컵을 들 상황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한 번은 우승컵 드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친구이자 축구 선수로서 말이죠."

6. 일기는 여전히 쓰나

"사소한 것을 정리하고 있다. 하루의 일이나 일정, 식사, 운동했던 것들을 적는다. 느낀 것들이 있다면 그것도 남긴다."

7. 승부차기에 나서면 1번 키커 or 5번(또는 마지막) 키커

"1번 키커는 실축해도 뒤에서 막아주는데 5번이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어요. 1번이 마음적으로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키커가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 크거든요. 조금은 부담스러워요."

8. 지도자를 하겠다고 했는데 데뷔 팀으로 전북 현대 or 홀슈타인 킬

"전북을 맡고 싶죠. (김)상식 선생님이 이 인터뷰 보지 않으시겠죠. 한 번 정도는 전북을 맡아보고 싶어요. 더 커서는 국가대표 감독도 해보고 싶어요. 전술가 감독이 되고 싶은 거죠."

9. 닮고 싶은 지도자로 최강희 or 벤투 감독

"그래도 좀 더 가깝게 오래 지냈던 최 감독님이요. 많은 자질이 필요한데 선수들 관리에 있어서 워낙 잘했고 옆에서 봤기에 닮고 싶어요. (상하이 선화에서 뛰는) (김)신욱이형 통해 이야기도 듣고 있고 가끔 한 번은 통화해요. 농담으로 (상하이로) 오라고 하는데 아직 저는 꿈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30대가 무슨 꿈이 있냐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아직 꿈이 있다고 대답해요. 가도 더 있다가 간다고 말이죠."

10. 가상이다. 진짜면 좋겠지만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에서 동시에 입단 제안이 온다면?

"워낙 어린 시절부터 박지성 선배의 맨유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한 번은 가보고 싶어요. 어린 시절 봤던 팀에서 위상이 조금은 떨어졌지만, 가고 싶은 꿈이 작용했어요. 그 밑(브루노 페르난데스)에서 같이 패스 연결해주고 말이죠. 페르난데스는 패스의 길이나 킥력이 좋더라구요. 미드필더 입장에서 날카로움을 배워보고 싶네요."

<끝>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