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왕조는 당장 꿈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1982년 출범한 KBO리그의 40년 역사상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붕괴된 디펜딩 챔피언은 없었다. 제9구단 NC 다이노스 이야기다.

NC는 2020년 프로야구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11월 24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2로 이기며 시리즈 4승2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NC는 83승55패6무 승률 0.601로 창단 첫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창단 첫 통합 우승까지 달성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2011년 제9구단으로 창단해 10년 만에 첫 번째 별을 품은 그들은 "NC 왕조를 구축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왕조를 세워보기도 전에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 12일 사상 최초 KBO리그 중단을 이끈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 NC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등 선수 4명은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외부인 2명과 원정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방역수칙을 명백히 어겼다. 

게다가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뽑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박민우를 제외한 5명이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일과 7일 NC와 경기를 치른 두산 베어스 선수단까지 전원 PCR 검사 대상이 됐고, 두산에서도 확진자 2명이 나왔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포함해 NC는 28명, 두산은 33명이 한꺼번에 자가격리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즌 전에 만들어둔 매뉴얼까지 손보면서 리그를 중단시킨 큰일이었다. 

KBO는 16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NC 4인방과 구단 모두 중징계를 내렸다. 4인방은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각각 72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이 부과됐다. NC는 이미 144경기 가운데 74경기를 했다. 남은 시즌은 네 선수 없이 치러야 한다. 박석민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은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핵심 선수들이기에 내상이 더 크다. 박민우는 사건 뒤 2020 도쿄올림픽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시즌 뒤 FA 도전도 무산됐다.

상벌위는 NC 구단이 선수단관리 소홀로 리그 중단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고, 리그 명예까지 훼손했다고 판단해  KBO 규약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따라 제재금 1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KBO 역사상 최고 징계 금액이다.       

이 사태로 우승 프런트는 줄줄이 옷을 벗었다. 황순현 대표와 배석현 본부장이 16일 나란히 물러났다. 김종문 단장은 14일부터 직무정지 상태다. 일단은 서봉규 엔씨소프트 윤리경영실장이 신임 대표대행, 임선남 데이터 팀장인 단장대행을 맡는다.

디펜딩 챔피언 수뇌부가 다음 시즌 도중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사례는 한국 야구 역사상 NC가 처음이다. 우승 프런트가 갑자기 교체되는 것 자체가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2015년 10월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 오승환(당시 세인트루이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삼성 라이온즈가 있다. 사건 조사로 핵심 투수들을 잃은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뒤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몰락했다. 김인 사장은 2015년 시즌을 마치고 뒤 퇴임했고, 안현호 단장은 2016년 시즌 팀이 9위로 추락한 뒤 경질됐다. 사퇴보다는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쪽에 가까운 교체였다. 

NC는 전반기를 37승35패2무 5위로 마감했다. 5강권에 있지만, NC는 전력 누수와 함께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후반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현장과 프런트가 새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 역시 쉽지 않다. 지난해 이동욱 감독부터 선수들, 프런트까지 우승 원동력으로 꼽은 '원 팀(one team)'을 다시 외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4인방이 사소하게 생각했던 일탈은 이렇게 한 팀을 망가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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