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준 ⓒ 스포티비뉴스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7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

박효준(25)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명문 뉴욕 양키스 선수단에 합류해 빅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박효준은 17일(한국시간)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등록되면서 마침내 빅리거로 출발하게 됐다. 이날 보스턴 레드삭스전 선발 라인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벤치 멤버로 대기하면서 경기 출장을 준비하고 있다. 빅리그 데뷔가 임박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양키스 담당 기자 린지 애들러는 16일 "소식통에 따르면 박효준은 '택시 스쿼드'로 양키스에 합류한다. 아직 콜업이 확정되진 않았다"고 전한 바 있다.

택시 스쿼드(Taxi squad)란 원정 기간 빅리그 팀과 동행하는 예비 선수 명단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선수들의 개인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새로 도입된 제도다. 각 구단은 원정 중 부상 선수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예비 선수들과 함께 이동한다. 지난해 3명 정원이었던 택시 스쿼드는 올해 5명으로 확대됐다.

올 시즌 양현종 역시 텍사스 레인저스의 택시 스쿼드에 포함돼 세 차례나 원정길에 동행한 끝에 지난 4월 27일 빅리그에 데뷔한 바 있다. 택시 스쿼드에 포함된 모든 선수가 빅리그 무대를 밟는 것은 아니다. 택시 스쿼드 선수는 신분상 정식 빅리거가 아니기 때문에 MLB 선수단과 함께 훈련은 하지만 유니폼을 입거나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볼 순 없다.

연봉 역시 290~950달러(33~108만 원)로 트리플A 수준의 주급과 식비 개념으로 110달러(약 12만 원)를 받는 데 그친다. 그러다 끝내 콜업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박효준은 다른 선수들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 ESPN의 제프 파산은 양키스 선수 6명이 코로나19 IL에 간다고 밝혔다 ⓒ 제프 파산 SNS

박효준이 택시 스쿼드에 포함된 16일 양키스는 좌완 완디 페랄타와 네스토 코르테스를 코로나19 관련 부상자 명단(IL)에 올렸다. 한편, 조나단 로아이시가는 앞선 11일 코로나 IL에 등재됐다. 여기에 더해 17일 새벽,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외야수 애런 저지, 내야수 지오 어셀라,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 등 3명의 야수가 코로나 IL에 올랐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은 구단 차원에서나, 리그 차원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빅리그 데뷔를 노리던 박효준에겐 기회였다. 박효준은 올해 트리플A 44경기에 출전해 51안타 8홈런 25타점 6도루 타율 0.325 출루율 0.475 OPS 1.017이란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특히 출루율과 OPS에선 트리플A 이스트리그 1위에 올라있다.

NJ.com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이 "박효준을 콜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다. 그럼에도 양키스 단장 브라이언 캐시먼은 지난달 30일 "박효준이 트리플A에서 활약하고 있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뛸 자리가 없다"며 박효준의 콜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양키스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16일 현재 뉴욕 양키스의 내야 로스터

루크 보이트 (1루수/지명타자)
DJ 르메이휴 (2루수/1루수/3루수)
글레이버 토레스 (유격수/2루수)
지오 어셀라 (3루수/유격수) * 코로나19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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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그네드 오도어 (2루수/1루수)
타일러 웨이드 (유격수/2루수)

박효준의 콜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이유는 어셀라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내야진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한 선수가 IL로 이동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40인 로스터 한자리가 비워진다. 따라서 현재 40인 로스터밖에 있는 박효준을 콜업하기 위해 기존 40인 로스터 내 선수를 DFA(지명할당)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어졌다.

결국 양키스는 17일 박효준의 빅리그 26인 로스터 진입을 확정해 발표했다. 우리는 한국인 역대 25번째 메이저리거의 등장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 김하성 ⓒ 게티이미지 코리아

박효준은 야탑고 3학년이었던 2014년 116만 달러(약 12억 원)에 양키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를 거쳐 올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이 박효준의 야탑고 1년 선배다. 아마추어 시절 평가는 박효준이 더 높았다. 그러나 프로 진출 후 올 시즌 전까지 두 선수의 평가는 완전히 엇갈렸다.

프로 진출 2년 차부터 KBO리그를 대표하는 대형 유격수로 성장해 올해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약 320억 원)에 계약을 맺으면서 화려하게 빅리그에 데뷔한 김하성과는 달리, 박효준은 올 시즌 전까지 마이너리그에서조차 특출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팀 내 유망주 랭킹에서도 중위권에 머물렀다(마이너 통산 552경기 타율 0.254 32홈런 OPS .735).

2018년부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지만, 정규시즌을 앞두곤 늘 다시 마이너리그를 향했다(시범경기 통산 22경기 14타수 3안타 타율 0.214). 이는 올해 트리플A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효준의 콜업에 양키스 분석팀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올 시즌 박효준의 성적 향상엔 확실한 이유가 있다.

▲ 박효준 ⓒ 스포티비뉴스 조미예 특파원

박효준은 2017년 선배 김하성의 소개를 받아 키움(당시 넥센) 선수단과 함께 훈련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조금씩 근육량을 늘려왔다. 또한, 지나치게 공을 오래 지켜보는 안 좋은 습관에서 벗어나 배팅 케이지에서부터 더 적극적으로 공을 강하게 때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레그킥을 버리면서 빠른 공 대처능력도 좋아졌다.

<스포티비뉴스> 조미예 특파원과 인터뷰에 따르면 이러한 박효준의 변화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리그가 아예 열리지 않으면서 생긴 공백기를 '이전까지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조미예의 MLB현장] “하루하루 항상 간절하다” 박효준이 말하는 메이저리그 콜업).

2014년 양키스와 계약을 맺을 당시 만 18세였던 박효준의 나이는 어느새 만 25세가 됐다. 그리고 미국 진출 후 7년 만에 빅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과연 염원하던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박효준은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까.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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