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강재민(왼쪽)과 정은원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감독 입장에서는 빠진 선수들(강재민, 정은원)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는데 또 이야기하는 것은 또 한번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한 첫 훈련을 앞두고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정규시즌 좋은 성적을 낸 한화 이글스 2루수 정은원(21)과 사이드암 강재민(24)이 탈락한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 

강재민은 올 시즌 중간 투수로 빼어난 성적을 냈다. 34경기에 등판해 2승, 3세이브, 8홀드, 43⅓이닝,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다. 강재민 탈락은 지난달 처음 최종 엔트리 24명을 발표했을 때부터 꾸준히 시끄러웠다. 사이드암은 고영표(kt) 최원준(두산) 한현희(키움) 등 3명이 승선했다. 당시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긴 이닝을 책임질 중간 투수들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 선발로 뛴 경험이 풍부한 세 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현희가 17일 구단을 통해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키움 구단은 16일 "소속 선수 2명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kt와 원정경기를 위해 수원에 머물던 중 원정숙소를 무단 이탈해 음주행위를 한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는데, 그중 한 선수가 한현희였다.

같은 사이드암 강재민을 떠올릴 수도 있었지만, 김 감독이 선택한 한현희의 대체 카드는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삼성)이었다. 김 감독은 최근 NC, 키움, 한화 선수들의 원정숙소 술자리 스캔들로 야구계는 물론 대표팀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오승환이 큰형의 몫을 해주길 바랐다. 김 감독은 "아시다시피 한국 야구가 어렵다. 큰형이 와서 어려움 속에서 후배들을 잘 다독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원도 마찬가지다. 정은원은 올 시즌 7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281타수 85안타), OPS 0.865, 4홈런, 25타점으로 대표팀의 문을 두드릴 만한 성적을 냈다.

김 감독이 처음 선택한 도쿄 주전 2루수는 NC 박민우였다. 투수진이 전반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해 수비가 탄탄한 내야진이 필요했고, 박민우가 최적의 카드라고 판단했다. SSG 최주환은 중요한 상황에 대타 카드로 준비하면서 상황에 따라 2루수로도 기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민우도 대표팀 소집 전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박민우는 지난 5일 팀 동료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과 원정숙소에서 외부인 2명과 술자리에 참석해 방역지침을 어겼다. 박민우는 방역 수칙 위반과 손가락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물러났고, KBO로부터 72경기 출전정지 제재금 1000만원 중징계를 받았다. 

김 감독은 내야수가 빠진 자리를 롯데 신인 좌완 김진욱으로 채웠다. 내심 정은원의 승선을 바랐던 한화 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주전 2루수로 생각했던 선수가 빠진 자리를 신인 투수로 채운 상황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김진욱을 선발한 배경으로 "우리 대표팀에 좌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김진욱이 전반기에 선발로는 성적이 안 좋았지만, 중간에서는 던지는 내용이 좋다고 봤다. 한국 야구가 왼손 투수가 자꾸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이의리, 김진욱 같은 좋은 선수를 빨리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과 김진욱을 선발한 이유와 별개로 강재민과 정은원이 탈락한 이유를 듣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김 감독은 "내가 봐도 강재민과 정은원은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들을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김 감독은 선발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줄 수 있는 추가 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말을 아낀 이유는 당장 궁금해도 대회에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 김 감독은 전략과 대회 성적으로 증명하고 설명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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