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양키스 박효준이 1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남긴 기념사진. ⓒ박효준
-‘메이저리그 데뷔’ 박효준 父 박동훈 씨
-“코로나19로 집에서 시청…가을쯤 가고파”
-“야탑고 선배 김하성과 동반 활약 기대”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아버지는 “내가 마치 그라운드를 밟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기다려왔던 순간. 아들의 역사적인 첫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감회를 이야기했다.

박효준(25·뉴욕 양키스)이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던 17일(한국시간) 오전. 아버지와 어머니는 TV에서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박효준은 이날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에서 7회말 대타로 나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정확히 7년 전인, 2014년 7월 양키스와 계약을 맺은 뒤 처음 밟는 양키스타디움 그라운드였다.

이날 연락이 닿은 박효준의 아버지 박동훈(54) 씨는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 집사람과 함께 얼마나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봤는지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첫 타석에서 아웃을 당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삼진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효준이가 긴장을 많이 했을 텐데 나 역시 내가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것처럼 떨렸다”고 덧붙였다.

야탑고 시절 초고교급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효준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4년 미국 진출을 택했다. 행선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불리는 양키스. 계약금은 116만 달러로 당시 한화로는 약 11억7000만 원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로 몸을 실은 박효준은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소위 말하는 눈물 젖은 빵. 2018년까지 싱글A 진출로 만족해야 했고, 2019년 더블A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가 문을 닫으면서 1년을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야 했다.

그래도 희망의 빛은 보였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로 초청됐고, 5월 트리플A로 콜업돼 빅리그 무대와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16일 택시 스쿼드로 합류해 뉴욕으로 향했고, 다음날 보스턴과 홈경기를 앞두고 26인 로스터로 등록됐다. 이어 7회 2사 1·3루에서 대타로 나와 태너 하우크의 초구를 때려 1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한국인으로는 역대 25번째, 한국인 야수로는 역대 10번째 메이저리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박 씨는 “아들이 어제 새벽 문자를 보내왔다. 뉴욕으로 이동 중이라고. 효준이도, 나도 꿈인 줄 알았다”면서 “아들은 ‘트리플A에서처럼 열심히 뛰겠다’고 하더라. 나도 ‘평소 하던 것처럼 하라’고 이야기해줬다. 7년을 기다린 만큼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마음껏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박효준. ⓒ조미예 특파원
박효준은 가동초 4학년 시절 처음 야구공을 잡은 뒤 잠신중과 야탑고를 거쳐 대형 내야수로 성장했다. 박 씨는 “어릴 적부터 효준이 누나는 공부를, 효준이는 운동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야구 자체를 즐겼다”고 회상했다.

아들의 최대 강점을 정신력으로 꼽은 박 씨는 인터뷰 도중 선수 한 명의 이름을 추가로 꺼냈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었다. 고교 1년 선후배 사이인 김하성과 박효준은 야탑고 내야를 책임지며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김하성은 KBO리그를 거쳐 올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박효준 역시 뒤따라 빅리거가 됐다.

박 씨는 “(김)하성이와 효준이가 같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됐다. 어릴 때부터 둘이 함께했는데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공교롭게도 하성이는 서부, 효준이는 동부 지역 구단 소속이 됐다. 둘이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들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먼발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 박효준 대신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는 박 씨는 “나와 집사람이 빨리 백신을 맞아야 마음 편히 미국을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9월에는 아들 경기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뉴욕 양키스 박효준(왼쪽)이 17일(한국시간) 보스턴과 홈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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