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잘못된 대처로 일을 키웠다. 

두산은 18일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잠실야구장에서 오후 1시쯤부터 팀 훈련 일정이 있었는데, 내야수 김재호(36)가 자녀 2명을 동반해 그라운드에 나왔다. 코로나 시국 이전의 일상이었다면 문제 될 게 없었다. 아이들은 아빠와 삼촌들이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잠시 몸을 푸는 동안 옆에서 뛰어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이 자리에는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26)의 동생도 있었다. 

지금은 정상도 비정상이 되는 코로나 시국이다. 하루에 1000명 이상씩 확진자가 나오는 비상 상황이고,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역병과 싸움에 국민들은 많이 지쳤지만, 어떻게든 확산을 막고자 함께 애쓰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정한 규칙을 어기는 사례가 발생했을 때 더더욱 크게 분노하고 있다. 

두산 훈련에서 나온 문제점은 2가지다. 선수들의 가족이라고 해도 KBO가 엄격히 선수단 외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그라운드에 출입한 점, 또 하나는 마스크 미착용이다. 두산 선수들은 물론 김재호의 자녀 2명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로켓의 동생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KBO는 18일 안전한 후반기 일정 진행을 위해 휴식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새롭게 발표했다. '거리두기 4단계 상황시에는 구단 지정 장소에서만 선수 개별 및 단체 훈련을 진행할 수 있으며 실내외 훈련 모두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O는 이 내용을 16일 전 구단에 사전 공지했다.

명백한 선수들의 실수였고, 구단의 관리 소홀이었다. 마스크 미착용과 외부인 출입 금지 2가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구단 관계자가 현장에 없었기에 사태가 이 지경으로 커졌다. 

구단은 뒤늦게라도 문제를 인지했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곧바로 사과했어야 했다. 선수와 구단이 정확히 어떤 점을 놓쳤고,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내는 게 최선이었다. 그랬다면, 적어도 김재호의 어린 자녀들이 모자이크된 사진이 무분별하게 퍼져 비난의 화살을 받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단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을 같이 호소했다. 선수들의 마스크 미착용과 관련해 18일 구단 관계자는 "KBO로부터 공문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평소대로면 보도자료가 나오기 전에 구단에 공문을 먼저 보내 선수단이 인지할 시간을 주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추후 구단 내부 소통 문제로 밝혀지자 급히 관련 보도 내용 정정을 부탁했다. 미숙한 초동 대처였다. 그리고 꼬박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무조건 우리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프로야구는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NC 다이노스 선수 4명(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의 원정숙소 술자리 스캔들이 시발점이 돼 사상 최초로 KBO리그가 중단됐다. 두산도 KBO리그 중단 사태에서 자유롭진 않다. 술자리 스캔들과 관련된 인원은 없지만, 확진자 2명이 나온 여파로 선수단 33명이 한꺼번에 자가격리를 하면서 리그 중단의 빌미를 제공했다. 야구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굳이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필요는 없었다. 

김재호는 고개를 숙였다. 구단을 통해 "경솔한 행동이었다. 사려 깊지 못했고, 고참으로서 모범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KBO는 이날 동선 분리 미준수, 선수단 관리 소홀, 마스크 미착용을 이유로 두산 구단에 엄중 경고 조치했다. 방역당국의 사적모임 집합금지 지침 준수 위반 의심 사례로 적발된 김재호와 로켓에 대해서도 각각 엄중 경고를 통보했다. 김재호의 경우 방역당국이 벌금형을 선고하면 KBO 역시 추가 벌금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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