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국 땅을 다시 밟는 제라드 호잉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라드 호잉(32·kt)은 마지막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분명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외국인 선수였다. 한화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2020년 저조한 성적에 비판도 있었지만, 호잉을 보내는 팬들의 마음은 따뜻했다. 호잉도 KBO리그에서 받은 사랑을 잊지 않겠다며 한국을 떠났다.

2018년 한화에 입단한 호잉은 2년 연속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8년 142경기에서 타율 0.306, 30홈런, 110타점, 23도루를 기록한 호잉은 2019년에도 124경기에 나가 타율 0.284, 18홈런, 73타점, 22도루를 수확했다. 다만 2020년 깊은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끝내 6월 22일 웨이버 공시됐다. 호잉은 6월 30일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런 호잉이 유니폼을 바꿔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미국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현역 생활을 이어 가던 호잉은 조일로 알몬테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kt와 총액 40만 달러(약 4억6000만 원)에 계약했다. 비자 발급에 시간이 걸려 입국이 다소 늦기는 했지만, 이제 태평양을 건넌다. kt는 “호잉이 가족과 함께 23일 오후 4시 30분 입국한다”고 발표했다. 388일 만에 다시 밟는 한국 땅이다.

호잉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kt 선수단에 합류한다. 8월 10일부터 시작되는 후반기 레이스에는 비교적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합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그리고 메이저리그(2경기)에서 계속 경기에 나섰던 만큼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 실전 감각만 빨리 끌어올린다면 공백기는 길지 않을 전망이다.

호잉은 전반기를 1위로 마친 kt(45승30패)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할 만하다.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가 팀을 떠난 뒤, kt는 외국인 타자로 머리가 아팠다. 공격을 보고 영입한 알몬테는 우려대로 수비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속력을 붙여 뛰지를 못하는 선수에게 수비를 맡기기는 위험부담이 컸다. 지명타자 자리에는 유한준이 있는 상황에서 교통정리가 애매했다. 그런데 공격까지 못했고, 부상까지 당했다. kt는 부상 전에도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호잉의 수비력과 기동력에 주목한다. 사실 공격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아니다. 이 감독 스스로가 그것을 인정한다. 공격은 기대치를 낮췄다. 알몬테(60경기 타율 0.271, OPS 0.740) 정도만 해도 봐줄 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호잉은 알몬테가 갖추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다. 바로 중견수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비, 그리고 발이다. 수비와 발은 상대적으로 기복도 덜하다. kt는 이 차이가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호잉이 외야로 나가면 지명타자 자리가 정리된다. 당일 상황에 맞춰 돌아가며 지명타자를 보면 된다. 체력 부담이 극심했던 주전 중견수 배정대의 안배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뛸 수 있는 선수다. 배정대 심우준 등과 더불어 이강철 감독 특유의 기동력 야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똑같은 OPS라고 하더라도 팀 기여도가 커진다. 한국 무대에 적응도 필요 없다. 이 감독이 호잉을 눈여겨본 이유다.

kt는 좋은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한숨만 나왔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전반기 막판 각성했다. 토종 선발진은 어디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다. 엄상백의 제대도 호재다. 주권이 살아나고 박시영이 가세한 불펜도 조금씩 정비가 되고 있다. 이대은도 기대주다. 타선도 지난 2년에 비해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 낮췄다. kt는 이런 요소를 조합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선두 레이스를 벌일 수 있었다.

여기에 수비와 발이 검증된 호잉이 가세했다. 외국인 선수 평균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기대 이상의 플러스 효과가 된다. 알몬테의 공격력으로도 전반기 1위를 한 kt다. 새 마법사에 기대가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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