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방법:재차의'의 엄지원.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2021년의 여름 극장가, 엄지원(44)은 텐트폴 영화의 여주인공으로서 관객과 만난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방법:재차의'(감독 김용완,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을 통해서다. 이미 지난해 3월 짙은 여운 속에 막을 내린 tvN 오컬트 드라마 '방법' 이후 약 1년 반 만의 반가운 귀환이다.

'부산행'(2016) '반도'(2020)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맡고 드라마를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방법'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방법: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가 벌인 살인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엄지원이 맡은 기자 임진희는 보다 적극적으로 서사를 이끈다. 다채로운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엄지원은 카랑카랑한 목소리, 흔들림도 두려움도 없는 눈빛으로 스크린의 중심을 잡는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엄지원은 드라마 '방법'을 시작할 즈음부터 연상호 작가가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며, 한계 없이 뻗어가는 시리즈에 함께하는 것이 "신난다"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임진희라는 여성이 있다는 것"은 또한 남다른 의미라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재차의'가 나왔다. 기분이 어떤가.

"드라마로 시작해서 스핀오프가 영화로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여름 오락영화처럼 나와서 제작진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로 먼저 사랑을 받았다. 스핀오프 영화를 내놓는 부담도 있을 법 하다.

"드라마를 안 본 분이 한 편의 영화로 보셔도 무리 없이 보실 수 있는 영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있기 떄문에 우리가 좋아한 '방법'의 색깔이 남아 있구나 느끼셨으면 좋겠다. 두 가지 다 가능하도록 김용완 감독이 영리하게 연출하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여름이 호러스릴러 시장이라면, '방법:재차의'는 미스터리스릴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주술을 통해 뭔가 한다는 코드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액션 오락물이라고 저희 영화를 설명하고 싶다."

영화 '방법:재차의'의 엄지원.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연상호 작가가 시나리오를 줬을 땐 어땠나.

"저희끼리는 '연니버스'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많고, 믿을 수 없는 추진력으로 작품을 쓰신다. 속도도 빠르다. '연니버스' 안에 '방법' 유니버스가 있다. 이 시리즈를 계속해서 쓰고 싶다는 포부, 계획을 말씀해 주셨다. 개인적으로도 '방법' 드라마를 시작할 때 시리즈를 갖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드라마 막바지 영화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와, 말씀하신 이걸 하네' 하는 놀라움이 컸다. 그리고 우리가 팀이 돼서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인데 시즌2가 아니라 영화를 생각하신 점도 놀라웠다. 기발하고 앞서가는 플랜에 함께하는 것이 신이 났다고 해야 할 거다. 같이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임진희라는 여자가 있다는 것, 남자가 할 수도 있지만 임진희라는 여자 기자가 사건을 풀어간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의미가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여름 극장가의 여성서사를 주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딱히 의도하며 찍은 건 아니지만 개봉을 하다보니 여름시장 여성 서사의 중심에 서 있는 위치가 되어 있더라. 조금 이상한 책임감이 있고 감사하기도 하다. 영화인들은 다 그렇겠지만 모든 한국영하가 잘 됐으면 좋겠다. '워맨스'라는 코드는 사실 '방법' 드라마에서도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보시고 그렇게 이름붙여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 역할에 충실했고, 또 (정)지소 배우가 잘 해준 것을 잘 봐 주셔서 커플 아닌 커플로 시리즈를 이어가게 돼 감사하다."

▲ 영화 '방법:재차의'의 엄지원. 제공|CJ 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내내 나와 이야기를 이끈다. 부담은 없었는지.

"러닝타임 내내 나온다는 생각을 안 하며 찍었는데, 봤더니 혼자 있더라. '혼자 많이 있네' 하는 생각을 보면서야 했다. 재차의들이 어떻게 구현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 놀라야 하나?' 강약을 몰라서 어색함이 있었다. 한 번 해보니까 다음엔 정말 잘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개인적으로는 2시간 안에 한 스토리를 밀도있게 풀어가야 하는 영화 '방법:재차의'가 더 밀도있고 오락적 완성도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드라마 속 임진희를 연기하면서 갈증, 답답함, 제 캐릭터의 한계 같은 것들이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리액션만 하는 사람같은 느낌이 들었다. 액션을 취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느낌이라 그런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다. 임진희는 기이한 사건 가운데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기이한 사건을 이성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으로서 역량을 다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보일 수 있는가를 표현하려 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 출연하니 몰입은 쉬웠을 것 같다.

"확실히 장점이 있다. 체화된 인물이라 좋은 점이 있었다. 제가 세번째 방법 시리즈를 하게 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희끼리는 '제가 깨달았어요.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건 장점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목졸리는 장면이 유난히 많더라. '방법:재차의'를 촬영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능력은 안주고 왜 자꾸 목졸리는 연기만 시켜요' 그랬다. 이게 잘 모르겠더라. 사람이 목을 조르른 게 아니어서 이걸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어느 정도로 목이 졸리는 걸 표현해야 하는지, 몸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답이 안 섰다. '소원'이나 다른 연기와 비교할 수 없게 힘들고 어려웠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다른 작품은 감정을 실어서 가고 상황에 반응하면 되는데, 이건 사건만 주어지고 드라이하게 쓰인 역할이라 내가 감정을 주고 내가 느낀 감정을 관객이 느껴야 성공적으로 즐기실 수 있는데, 제가 만난 캐릭터 중에 가장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아예 판타지면 재미있겠는데, 현실적인데 오락적인 상황이고 그 중심을 임진희가 잡고 있으니 막 할 수가 없지 않나.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는 보면 아는데, 이건 그렇게 보이지도 않으면서 연기하기가 힘들었다. 아주 쉽지가 않았다."

-'방법' 유니버스가 계속되면 임진희도 능력을 갖게 될까? 아예 '블랙위도우' 같은 히어로물은 어떤가.

"저도 능력을 갖고 싶다고, 드라마 '방법'에서 (정)지소가 사라질 때 그 능력이 저에게 오면 안되냐고 매일 그랬다. 그런데 끝까지 능력을 안 주실 것 같다. 직관과 사고가 임진희의 무기라고 생각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 같다. 그간 지소가 업그레이드가 됐는데, 만약 임진희에게 방법사의 능력이 생긴다면 결계를 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히어로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예 완전히 판타지적으로 오락으로 가는 연기를 하면 너무 재미있겠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은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무술감독님 생각은 다를 수 있다.(웃음)"

▲ 영화 '방법:재차의'의 엄지원.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살아있는 시체 '재차의'는 기존 좀비 영화의 좀비들는 크게 다르다.

"K좀비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심플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무섭기도 하고 멋있다고 생각을 했다. 다같이 하는 액션 신들이 군무 같은 느낌도 있고 멋있더라. 위협적이면서도 남성적인 느낌이었다. 그런 재차의 군단의 액션들이 떨어져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시너지를 발휘했다. 넋을 놓고 바라봤던 부분이 많다."

-'기묘한 가족'에 이어 '방법' 유니버스에 계속 출연할텐데 '좀비물 대표 여배우'로 불리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좀비물 대표 여배우가 되면 좋겠다. 타이틀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그렇게 잘 갈 수 있도록 파이팅해 보겠다. 좀비와 맞서는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진화해 보겠다.(웃음)"

-'방법:재차의'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면?

"저는 카체이싱이다. 제일 좋아한다. 도입부에 초록색 방수제가 발린 빌라들이 늘어선 직부감의 서울이 나온다. '내 나라'라는 이상한 느낌이 있다. 카체이싱도 '진짜 서울' 느낌이 있다. 오렌지색 택시들이 주는 우리나라 느낌에다 속도감, 재차의 군단의 점프가 있고, 터널 끝에서 감정이 붙는 것도 좋다. 복합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다."

▲ 영화 '방법:재차의'의 엄지원. 제공|CJ 엔터테인먼트
-'방법' 유니버스의 다음 시리즈 계획은 어떤가? 시나리오나 대본을 받았나?

"아직 구체적으로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임진희에 대해 뭐 하나를 주긴 주셨다. 그렇게 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제 생각에는 다음 작품은 드라마가 될 것 같다. 보여드리고 싶은 임진희의 모습이 있지만 그건 그때 보여드리겠다. 지금 말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머리 속에는 떠오른 생각이 있다."

-'방법:재차의'가 데뷔 20년차를 기념하는 작품이 됐다.

"몰랐다. 연기 생활을 그 정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됐다니. 늘 생각은 한다. 이렇게 연기를 오랫동안 할 수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는 데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다음 20년도 지금처럼 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때도 지금처럼 작품에 대한 식지 않는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제가 됐으면 좋겠다. 매 해 매 해를 세지는 않았다. 작품을 찍고 나면 1년이 지나 있고 그랬다. 어느덧 시간이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언제나 다 새롭고 달랐다. 다양한 장르를 해봐서 그런가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다."

-유튜브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작품 외에는 만나기 힘든 배우였는데 이렇게 '인간 엄지원'을 보여주는 일은 어떤가.

"사람 엄지원, 인간 엄지원이 소통할 기회가 없다는 느낌이 있었다. 제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분은 저를 아시겠지만 안 보신 분도 많으실텐데, 그런 분들하고 다른 코드로 소통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오래 했다. 제안을 받아야만 작품을 할 수 있는 입장인데, 제안을 받지 않고 제 안에서 마음껏 콘텐츠 만들 수 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일을 주지 않아도 소통하는 채널을 가지는 것도 재미있겠다. 혼자 핸드폰이랑 카메라 사가지고 촬영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까 1년이 넘었다. 저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채널이다. 배우 삶이라는 게 특별하지 않다. 특별한 거 없으니까. 저 사람도 저렇게 사는구나 느낌이다. 재밌게 하고 있다."

-취미부자다. 골프도 치던데.

"이제 3개월인데, 골프 정체기다. 심란하다. 골프를 치면 제 마음을 아실 것이다. 하필이면 골프 예능도 제안을 받아 하나를 나간다고 했다. 제가 이럴 줄 몰랐다. 이렇게 못 칠 줄 알았으면 안 나간다고 할 걸!"

영화 '방법:재차의'의 엄지원.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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