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에 무거운 짐을 안고 후반기에 임하는 윌머 폰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는 시즌 초반 단독 선두 자리까지 올랐지만, 결국 마운드의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부상 공백의 크기를 생각하면 42승36패2무(.538)라는 성적은 오히려 안도감이 들 법했다. 분명 잘 버텼다. 하지만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니다.

구멍 중 하나였던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의 부상 공백은 일단 대체됐다. 전반기 막판 합류한 샘 가빌리오가 후반기에서는 정상적인 투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박종훈과 문승원이라는 든든한 토종 선발투수의 공백은 지워지지 않는다. 두 선수는 건강만 하다면 10승과 150이닝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최정상급 자원이었다. 하지만 SSG는 후반기에도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은 두 선수 없이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오원석 이태양 최민준 등 국내 선수들이 분전하고 있지만, 역시 에이스 윌머 폰트(31)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토종 선수들은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경험이 없거나, 혹은 그 경험이 너무 예전이다. 변수가 많고, 언제 이탈해도 이상하지 않다. 대기하고 있는 나머지 선발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폰트가 연승을 잇고, 연패를 끊어주는 몫을 반드시 해야 한다. 

다행히 구위는 계속 상승세다. 폰트는 시즌 15경기에서 88이닝을 던지며 4승2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88이닝 동안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02, 피안타율은 0.203으로 수준급이었다. 여기에 10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기본적인 역량도 검증했고, 또 비교적 괜찮은 분위기 속에 전반기를 마쳤다.

이쯤되니 폰트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바로 이닝소화다. 폰트는 꾸준하게 5이닝 이상을 소화했지만, 5회나 6회가 되면 투구 수가 100개에 이르는 경우가 잦았다. 안타를 많이 맞지는 않는데 상대 타자들이 자꾸 커트를 하다 보니 투구 수가 늘어난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나설 때 필연적으로 불펜 소모가 많을 가능성이 큰 SSG로서는 폰트가 불펜에 휴식권을 배송해야 한다. 

150㎞를 웃도는 강력한 패스트볼이지만, 파울 비중이 조금 높았다. 결국 커브나 슬라이더와 같은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을 빨리 돌려세워야 한다. 실제 폰트가 7이닝 이상을 던진 날은 십중팔구 변화구 제구가 잘 됐다. 김원형 감독도 변화구에 대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슬라이더도 많이 던지는 선수지만 성공의 포인트는 커브에 있을지도 모른다. 150㎞의 패스트볼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타자들이, 120㎞ 안팎의 커브를 같이 대처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외곽으로 조금 더 제구될 수 있다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능력은 증명했다. 이제 조금은 다른 패턴과 변화구 완성도로 경기당 1이닝 정도를 더 끌어주는 일이 남았다. SSG가 기다렸던 알람이 울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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