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 9연패를 달성했다.
[스포티비뉴스=유메노시마 양궁장, 정형근 기자] “올림픽 9연패는 공정한 선발 과정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단순한 진리는 큰 힘을 발휘했다. 원칙을 강조한 대한양궁협회의 선수 선발 과정은 전무후무한 9연패의 밑바탕이 됐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 올림픽위원회(ROC)를 세트스코어 6-0으로 꺾고 9연패 신화를 썼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가 확정되면서 양궁협회는 고민에 빠졌다. 이미 2차 선발전까지 마쳐 남녀 각 20명의 선수를 뽑았고, 3차 선발전만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양궁협회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양궁협회 관계자는 “종합적인 사안을 고심했다. 최종적으로 고려한 것은 올림픽에는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가 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결정을 아쉬워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2021년에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궁협회는 국내대회 기준 기록을 통과한 남녀 각각 100여 명의 선수로 1차 선발전을 실시했다. 1차 선발전에서 남녀 각각 64명을 뽑았고, 2차 선발전에서 남녀 각 20명을 선발했다. 3차 선발전에서는 남녀 각 8명의 선수를 추렸고, 최종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에 나설 선수 각각 3명씩을 선발했다.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강채영(25)과 장민희(22), 안산(20)에게 올림픽 무대는 쉽게 느껴졌다. 3명의 선수는 랭킹라운드 1~3위를 차지했고, 단체전 9연패를 달성했다. ‘막내’ 안산은 김제덕(17)과 함께 혼성전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2관왕을 달성했다. 

안산은 “9연패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공정한 선발 과정’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강채영은 “한국에서 종이 한 장 차이 나는 선발전을 거쳤기 때문에 9연패가 가능했다. 세계적으로 실력은 평준화 되어 있다. 하지만 선발전을 많이 해서 올림픽 때는 긴장을 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뿐 아니라 협회의 세심한 지원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만들었다. 대한양궁협회는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가 펼쳐지는 유메노시마 양궁장과 동일한 '모형 세트'를 만들어 실전 대비를 도왔다. 200석의 관람석을 설치했고, 경기 상황별로 영어와 일본어 방송을 비롯해 관중소음과 박수 소리 등 효과음까지 넣어 현장감을 높인 훈련을 진행했다. 

강채영은 “양궁협회에서 진천선수촌에 올림픽과 같은 훈련 시설을 만들어 줬다. 실제로 같은 환경에서 훈련을 했다. 진천선수촌 양궁장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예우 없이 모두가 동일한 조건으로 활을 쏘고,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선발되는 기본적인 원칙은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렸다. 한국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전관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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