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도 안창림이 일본 유도의 '심장' 무도관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내 정신적인 기반은 재일동포 사회에서 나왔다. 일본 귀화를 하지 않은 점을 후회한 적은 없다. 이번 메달로 재일동포가 용기를 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재일동포 3세 안창림(27, KH그룹 필룩스)이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녹초가 된 몸 상태로 일군 투지의 승리였다.

안창림은 26일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쓰쿠바대학 2학년이었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일본 유도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다. 당시 대학 감독이자 현재 일본 여자 유도 대표팀 감독은 안창림에게 귀화를 권유했다. 

그러나 안창림은 단칼에 거절했다. 일본 귀화 제의를 거절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창림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적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목숨을 걸고 지키신 것이다. 한국 국적 유지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와 태극마크를 단 안창림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꿈꾸며 피땀을 흘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만난 오노 쇼헤이(29)는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일본 유도의 간판이었다. 

당시 무려 11분의 대혈투를 치렀지만, 경기는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끝났다. 오노의 공격을 안창림이 잘 버텼지만 심판은 어깨가 매트에 닿았다고 판정했다.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한국 코치진도 계속 항의했지만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다. 

은메달 시상대에 오른 안창림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오노 쇼헤이는 굳은 표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판단은 심판의 몫”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3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고 또 갈았다. 안창림은 일본 유도의 ‘심장’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결승전에서 오노 쇼헤이와 다시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32강전부터 4번 연속 연장전을 치르며 체력이 바닥난 안창림은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투혼을 보인 안창림은 무도관에 태극기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후회는 없지만 납득은 안 간다. 오늘을 위해 하루 1%의 기량이라도 향상할 수 있는 훈련을 무엇이든 했다. 동메달이 맞는 결과지만 납득은 안 간다. 오노 쇼헤이 선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를 대비했다. 오노를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금메달이 목표였다. 금메달 목표를 못 이뤄 아쉽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재일동포가 어려운 입장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사람, 한국에선 일본사람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번 메달로 재일동포가 용기를 내고 큰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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