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상대로 투런포를 터뜨린 베테랑 스타 이안 킨슬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안 킨슬러(39)는 메이저리그(MLB)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기도 하다. 2006년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킨슬러는 2019년 마지막 시즌까지 MLB 통산 1888경기에 나선 스타 선수였다.

올스타에만 네 번이나 뽑혔고, 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30위 내에 오른 것도 네 번이나 됐다. 골드글러브도 두 차례 수상했다. 통산 1999안타, 257홈런, 909타점을 올리는 등 공수를 모두 갖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돈도 많이 벌었다. 메이저리그에서 14년 동안 뛰며 받은 연봉 총액만 약 1억1000만 달러(약 1260억 원)에 이른다. MLB 무대에서 후회 없는 경력을 보낸 킨슬러는 2019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고, 더 이상 그를 그라운드에서 보는 일은 없을 듯했다.

하지만 은퇴했던 선수가 29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 다시 나타나, 그것도 한국을 괴롭혔다. 이스라엘 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에 참여한 킨슬러는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경기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 0-0으로 맞선 3회 원태인을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쳐 내며 한국을 긴장시켰다. 

첫 타석에서 원태인의 변화구에 헛스윙으로 물러난 킨슬러였지만, 역시 노련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변화구에 완벽하게 타이밍을 잡고 있었고, 공이 가운데 몰리자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돌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1년 이상 실전이 없었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간결하고도 힘이 있는 스윙이었다.

만 39세의 나이로 체력적 부담이 심할 법했지만, 골드글러브 수상자답게 2루 수비에서도 무난한 활약을 선보였다. 몇 차례 땅볼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물론 전성기만한 날렵한 움직임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중후함은 살아있었다. 4-2로 이스라엘이 앞선 6회 1사 1루에서는 양의지의 2루 방면 깊숙한 타구를 잘 잡아 아웃시키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보유한 또 하나의 메이저리거도 한국을 울렸다. 한국이 4회 오지환의 투런포로 동점을 만들자, 이스라엘은 6회 라이언 라반웨이가 중월 투런포를 터뜨리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라반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8개 팀을 거치며 10년을 뛴 포수다. 올해는 클리블랜드 산하 트리플A팀에서 뛰고 있었는데, 이번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에 한 방을 선사했다.

라반웨이는 4-5로 뒤진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는 마무리를 위해 나선 오승환을 상대로 또 다시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대분전했다. 한국이 요주의 선수로 일찌감치 생각한 선수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장타력이 더 좋았다.

그러나 두 베테랑의 활약에도 이스라엘은 웃지 못했다. 한국은 5-5로 맞선 연장 10회 2사 만루에서 양의지가 끝내기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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