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전 선발로 나서 3이닝 2실점을 기록한 원태인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이 던지는 것처럼 던졌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해설자로 변신한 한국야구의 전설 박찬호는 원태인(21·삼성)의 첫 이닝 투구를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원태인은 29일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이스라엘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를 탈삼진 3개로 정리했다. 박찬호의 엄지손가락을 이끌 정도의 좋은 출발이었다.

원태인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였지만,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는 사실상 처음이다. 첫 경기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으니 부담감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원태인은 최고 140㎞대 후반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슬라이더의 변화구를 섞어 좋은 출발을 알렸다. 박찬호는 “국제무대 데뷔전 던진 것 같지 않다. 류현진 던진 것처럼 던졌다”면서 “(1회를) 원투스리(삼자범퇴 의미)로 처리했다”고 칭찬했다.

실제 이날 원태인은 힘 있는 빠른 공과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경기 초반 승승장구했다. 특히 변화구는 언터처블이었다. 굳이 낮게 떨어뜨리지 않아도, 가운데만 떨어져도 구속 차이를 이용해 헛스윙을 유도했다. 2회 리클스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2회까지만 삼진 5개를 잡아내며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변화구로 너무 재미를 본 탓일까. 변화구 의존도가 너무 커진 게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패스트볼 비중이 너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구가 헛스윙을 유도하는 높이로 낮게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가운데 떨어졌고, 결국은 이게 3회 난조의 원인이 됐다. 한 차례 원태인의 변화구를 본 이스라엘 선수들도 두 번째 타석부터는 대처를 하기 시작했다.

3회 선두 글레이저에게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몰린 원태인은 백전노장 킨슬러와 상대했다. 하지만 여기서 변화구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킨슬러는 이를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실투이기도 했지만, 노련한 킨슬러가 완벽하게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이어 켈리와 발렌시아를 외야 뜬공으로 유도하기는 했으나 모두 잘 맞은 타구로 외야수가 가 긴장해야 했다. 대표팀은 이 시점부터 투수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4회 선두 게일런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원태인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그러나 어쨌든 팀이 연장 접전 끝에 6-5로 이기면서 원태인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구위의 문제는 아니었고, 실투와 약간의 노련함 문제였다. 박찬호 해설위원 또한 실투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늘 경기가 미국전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겠나”고 정리했다. 어차피 원태인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선발진을 지켜야 할 선수다. 첫 판에서 긴장감을 풀고,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면 전혀 나쁘지 않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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