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환(가운데)이 동점포를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홈런은 보너스다."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일본으로 향하기 직전 한 말이다. 도쿄올림픽 엔트리에 홈런 타자가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올 시즌 20홈런으로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포수 양의지(34)를 불렀지만, 올해 양의지와 대등한 홈런 생산력을 보여준 타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 김현수(33)와 오재일(35)이 12홈런, 강민호(36)가 11홈런, 강백호(22)와 최주환(33)이 10홈런으로 뒤를 이었다. 

김 감독은 "홈런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큰 국제대회에 가보면 홈런이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는다. 홈런은 보너스"라며 큰 한 방에 기대지 않고 공격을 풀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한국은 29일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이스라엘과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5로 역전승했다.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 홈런 3개씩을 생산해 통틀어 6개가 나왔다. 

28일 일본 후쿠시마현 아즈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홈런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구장과 바람의 영향이 꽤 컸다고도 볼 수 있다. 

홈런을 기대하지 않았던 타자들이 결정적일 때 쳐줬기에 더더욱 흥미로운 결과였다. 첫 주자는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KBO리그 통산 118홈런을 친 타자지만, 거포는 아니다. 올 시즌은 66경기에서 홈런 5개를 생산한 게 전부다. 그런 오지환이 0-2로 끌려가던 4회말 2사 1루에서 우월 투런포를 터트리며 2-2 균형을 맞췄다. 

2-4로 뒤진 7회말에는 이정후와 김현수가 나섰다. 두 타자는 앞선 3타석에서 나란히 무안타로 침묵하며 타격감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결정적일 때 일을 냈다.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가 우월 홈런을 터트려 3-4로 추격하자 김현수가 곧바로 똑같이 오른쪽 담장 너머로 타구를 날려 4-4 균형을 맞췄다. 이어진 2사 2루 기회에서는 오지환이 우중월 적시 2루타를 때려 5-4로 뒤집으며 이스라엘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9회초 동점포를 허용하는 바람에 연장 10회 승부치기로 이어졌고, 양의지가 끝내기 사구를 얻어 6-5로 승리했다. 앞서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꿔줬기에 운이 따른 승리도 챙길 수 있었다. 예측하지 못한 선수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게 국제대회의 묘미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감독으로서 이런 경기가 몇 번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강백호 양의지 등 중심 타자들이 조금 더 타격감을 끌어올려야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하겠지만, 오지환 이정후처럼 알찬 보너스를 안길 선수가 계속 나온다면 대회 2연속 금메달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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