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부처 둘째' 김우진이 한국 전 종목 석권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양궁이 겨냥한 목표는 명료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

세계 각국이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하며 기량을 끌어올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태풍 '네파탁', 폭염 등 여러 변수가 혼재해 목표 난도는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기어이 8부 능선을 넘었다. 혼성전과 남녀 단체전, 여자 개인전을 휩쓸며 세계 최강 태극궁사 위용을 재증명했다.

이제 남자 개인전 금메달만 수확하면 5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전관왕 신화'를 쓰게 된다.

김우진(29, 청주시청)이 중책을 맡았다. 앞서 맏형 오진혁(40, 현대제철)과 막내 김제덕(17, 경북일고)이 32강에서 낙마했다. 홀로 개인전 16강에 안착해 31일 사대에서 '고독한 싸움'을 이어 간다.

남자 양궁은 여자에 비해 각 나라 기량이 상대적으로 평준화를 이룬 상태로 평가받는다. 실제 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2012년 런던 대회에서야 처음 거머쥐었다.

오진혁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이후 구본찬(28)이 리우 대회에서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번 대회 역시 만만찮다. 남자 대표 팀 사상 올림픽 16강 진출자가 한 명에 그친 건 도쿄 대회가 처음이다.

▲ 구본찬(왼쪽)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전관왕 마침표를 찍었다.

김우진은 '구본찬 시즌2'를 재현할 충분한 기량을 지닌 궁사다. 현재 남녀 대표 6인 가운데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선발전을 2회 연속으로 통과한 유일한 선수다. 최근 현저히 낮은 심박수 사진으로 그의 돌부처 멘탈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리우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찬이 전 종목 석권 마지막 퍼즐을 맡았듯 김우진도 경험과 실력에서 커리어 정점에 올라 있는, 현시점 한국 남자 최고 궁사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나란히 대표 팀 둘째다. 1993년생인 구본찬은 리우에서 김우진(1992년생) 이승윤(1995년생)과 호흡을 맞췄고, 김우진은 도쿄에서 오진혁, 김제덕의 가교 노릇을 맡고 있다.

김우진은 31일 오전 9시 56분 카이룰 모하마드(말레이시아)와 16강전을 시작으로 한국의 마지막 '금빛 화살'을 조준한다.

'태극궁사 킬러' 브래디 엘리슨(미국)이 최대 라이벌로 꼽힌다. 세계 랭킹 1위인 엘리슨은 자타공인 태극궁사 천적이다. 대회 전부터 전관왕을 노리는 한국 남자 양궁의 가장 큰 위협으로 거론됐다.

그간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한국 선수 덜미를 잡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단체전 준결승에서 미국이 224-219로 한국을 누르는 데 일조했고 2019년 세계양궁연맹(WA) 현대 양궁월드컵에선 이우석을 따돌리고 개인전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2010년 5월 이후 단 한 번도 세계 1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2006년 미국 대표 팀에 부임한 이기식 감독 지도 아래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그럼에도 한국은 믿는 구석이 있다. 김우진이 역으로 '앨리슨 킬러'이기 때문. 

지금까지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앨리슨과 7번 만나 6번을 웃었다. 첫 만남이었던 2011년 5월 월드컵에선 고개를 떨궜지만 이후 내리 6연승했다. 도쿄에서도 같은 흐름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밖에도 오진혁을 32강에서 누른 아타누 다스(인도)와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 11위에 오른 리 지아룽(중국)이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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