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마운드에서 뚜렷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최민준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투수 동료들은 “갑자기 손이 말렸다”고 걱정했다. 제주 캠프를 끝낸 직후, 최민준(22·SSG)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었고 실제 스프링캠프까지는 페이스가 좋았다. 그러나 캠프 막바지부터 이상하게 공이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에서도 좀처럼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2019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최민준은 2군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발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구단의 기대도 컸고, 개인의 기대는 아마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첫 출발부터 꼬인 셈이었다. SSG의 개막 구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렇게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최민준은 4월 6일 이천에서 열린 LG 2군과 경기에 등판해서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4⅓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한 결과도 결과지만, 공을 던지면서 자주 미소를 지었다. 2군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정에 좌절할 법했지만 최민준은 그렇지 않았다. 최민준은 3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고양(키움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당시 상황에 대해 “마운드에서 생각대로 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최민준이 캠프 막판부터 고전한 건 욕심에서 비롯된 밸런스 붕괴였다. 최민준은 “1군에서 스프링캠프가 처음이었다. 힘이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던졌는데 처음이다 보니 욕심도 나고 밸런스가 많이 흐트러졌다”면서 “무너진 밸런스에서 많이 던졌다”고 했다. 그런 상태에서 공을 던져봐야 안 좋은 기록과 기억만 쌓일 뿐이었다. 

최민준은 “2군에 간 건 아쉽긴 했지만, 2군에서 선발을 뛰며 힘을 빼고 내 스타일대로 밸런스를 잡아나갈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다. 마운드에서 생각처럼 이어져서 마운드에서 웃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기 밸런스만 찾으면 언젠가는 1군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2군 4경기에서 10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는 호투를 선보인 최민준은 팀의 마운드가 부상자로 붕괴 직전에 몰리자 급히 호출을 받았다. 캠프 막바지 성과가 좋지 않았을 뿐, 김원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이미 장점을 충분히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민준은 4월 27일 1군에 콜업된 뒤 다양한 보직을 거쳤다. 처음에는 추격조로 시작했지만, 필승조로 승격됐고, 결국 선발 기회까지 얻었다. 대개 남들이 2~3년에 거쳐서 할 경험을, 77일 만에 했다.

경기마다 기복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구종과 1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활용성으로 벤치의 신뢰를 얻었다. 전반기 26경기에서 35⅔이닝을 던지며 1승4홀드 평균자책점 5.05를 기록했고, 전반기 막판에는 선발 기회까지 얻었다. 후반기에도 일단 선발로 시작한다. 김원형 SSG 감독은 30일 경기를 앞두고 “최민준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최민준도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고 벼른다. 최민준은 “선발이다 보니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닝을 길게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계속 많이 던지는 피칭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면서 “밸런스를 잡으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구속보다는 커맨드 쪽에 중점을 두면서 후반기 때는 더 과감한 피칭을 하는 것을 중점을 두고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민준이 결과와 관계없이 마운드에서 계속 웃을 수 있다면, SSG도 만 22세의 군필 선발투수의 가능성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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