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영
[스포티비뉴스=지바, 맹봉주 기자] 박상영이 포효했다. 한국 남자 에페 단체 역사상 첫 메달이 나왔다.

한국은 30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2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에페 대표팀은 박상영(울산광역시청)과 마세건(부산시청), 권영준(익산시청), 송재호(화성시청)로 구성됐다. 세계랭킹은 5위로 이번 대회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8강전 스위스에 대역전승을 거둘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한국은 세계랭킹에서 앞선 스위스(4위)를 상대로 4점을 뒤지고 있다 막판 뒤집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온 박상영이 3분간 무려 14점을 뽑으며 팀 승리를 책임졌다.

4강전은 한일전이 펼쳐졌다. 일본은 한국보다 세계랭킹이 낮은 8위. 첫 번째 주자 박상영까지는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선수들이 줄줄이 실점을 허용하며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난 중국. 시종일관 접전이었다. 한국이 달아나면 중국이 곧바로 따라왔다. 경기 중반까지 20-20으로 팽팽히 맞섰다. 

후반에 박상영이 주춤하며 리드를 내줬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송재호, 권영준이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온 박상영은 특유의 공격적인 찌르기로 한국 에페 단체 역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겼다.

박상영은 2016 리우 올림픽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개인전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상대로 결승전 대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에게 쏟아지는 기대감이 컸다. 그 기대감은 곧 부담감으로 바뀌었다. 박상영은 전쟁에 나서는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경기 후 박상영은 "리우 때는 놀이터에 나온 첫 시합이었다. 이번 대회는 흡사 전쟁을 준비하듯 내 동작과 전술을 계속 의심하면서 준비했다"라고 되돌아봤다.

부담감을 내려놓은 뒤 박상영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리우 올림픽 이후 부담감이 점점 커져서 나에게 돌아왔다. 체중도 10kg이나 빠졌다. 잠도 잘 못잤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 리우 올림픽 이후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 성적이 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운동을 했는데 결실이 나지 않을까봐 두려움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경기 도중에도 부담감 때문에 분위기를 내주는 모습이 있었다. 특히 6바우트 때 3-6으로 밀렸다. 그는 "형들이 잘해줬지만 내가 실수하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이겨냈다. 마지막 바우트 때 11-8로 완벽하게 동메달을 이끌었다. 그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라며 "그러나 다행히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에서 최초다. 최초로 메달을 획득해서 기분이 좋다"라고 기뻐했다.

한편 한국 펜싱 대표팀은 31일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메달을 노린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은 한국이 마지막으로 참가하는 펜싱 세부 종목이다. 도쿄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예고한 '런던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이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