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정재훈 두산 투수코치는 3일 SSG 퓨처스팀(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전반기를 돌아보며 투수 파트에서 구상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기대했던 주축 선수들이 부진했던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신예 선수들이 등장은 사실 보너스에 가깝다. 기둥들이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지하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상수들이 무너지면 계산이 안 선다. 장기 레이스에서 치명적이다. 정 코치는 “이영하 유희관이 해주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했다.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치가 제법 컸다는 것을 상징한다.
두 선수는 이미 뚜렷한 실적을 낸, 오랜 기간 팀 마운드를 지킨 선수들이었다. 외국인 선수를 뒷받침하는 토종 선발로서 중책을 맡아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렇게 안 됐다. 두산의 선발 마운드가 계속해서 갈피를 못 잡은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다.
단기 부진도 아니었다. 두 선수 모두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몇 차례 기회를 얻었으나 이를 잘 살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뭔가 혼란스럽게 전반기가 끝났다. 그렇다고 후반기에 뭔가의 기대감을 주는 전반기 마무리도 아니었다. 돌려 말하면, 두산은 후반기 대반격을 위해서는 이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개인 통산 100승 대업에 1승만을 남겨둔 유희관(35)은 아홉수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되도록 아홉수를 빨리 끊고 홀가분하게 시즌 레이스에 임하길 바랐으나 그러지 못했다. 유희관은 5월 9일 KIA전에서 통산 99승을 거둔 뒤 이어진 세 경기에서 내리 부진해 패전을 안았다. 전반기 9경기에 나갔지만 2승5패 평균자책점 8.15에 머물렀다. 6월 이후로는 대부분의 기간을 2군에서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아쉬운 전반기였다.
이영하(24)도 코칭스태프의 꾸준한 기회를 받았다. 그래서 더 실망스러운 케이스다. 2019년 17승을 거둔 투수로, 팀 마운드의 토종 에이스로 도약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2년째 뒤로 퇴보했다. 지난해에는 5승11패, 올해는 7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9.82에 머물렀다. 뻗어나갈 일만 남은 것 같았던 투수라 더 뼈아프다.
지금 성적을 보면 더 떨어질 곳도 없다. 두산은 후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이영하가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휴식기 동안 차분하게 몸과 마음을 가다듬은 이영하는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유력하다. 3일 SSG 2군과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갔다. 5이닝을 던졌다. 2실점을 했고 주자를 자주 내보내는 등 아주 깔끔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최고 구속 149㎞를 기록하며 예열을 마쳤다.
두산은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외국인 두 선수, 그리고 이영하 곽빈 김민규 등으로 꾸릴 전망이다. 이영하는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희관은 일단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최원준을 제외한 나머지 토종 선발들의 올 시즌 투구가 100% 신뢰를 주지 못하는 만큼 예비 전력으로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한때 잠실의 두산 팬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던 두 선수가 후반기에는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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