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아가 터키 블로킹을 뚫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도쿄, 맹봉주 기자] 박정아는 '클러치 박'이라고 불린다. 꼭 득점이 필요한 순간, 기어이 해내기 때문이다.

박정아는 5년 전,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부진해 비난의 화살을 견뎌야 했다. 그 상처가 커 "리우는 아픔이었다"고 말할 정도. 웬만해선 리우 올림픽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아팠던 만큼 성숙해졌고 강해졌다. 도쿄에서 박정아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클러치 순간마다 귀중한 득점을 일궈내고 있다.

한국이 4일 일본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터키와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3-2(17-25,25-17,28-26,18-25,15-13)로 승리하자 박정아는 촉촉한 눈망울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정아는 경기 후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 안 난다. 눈물이 났는데 안 흘리고 잘 참았다. 끝나고 다들 좋아했다"고 기뻐했다.

승부처였던 3세트 듀스 상황에서 클러치 능력을 발휘한 박정아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초반에 경기가 힘들었는데 2세트 때 잘 이겨내자고 했다. 3세트 듀스 갔을 때 언니들이 할 수 있다고, 버틸 수 있다고 해 줬다"고 떠올렸다.

'클러치 박'은 아끼는 별명. "팬분들이 지어 주신 거라 들을 때마다 기분 좋다. 오늘 경기 이기고 싶었다. 잘 해내고 싶었다"며 "5년 전을 생각하진 않았다. 흔들리고 있었는데 언니들이 공격하면 된다고 해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박정아는 리우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했던 아쉬움을 딛고 도쿄에서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4강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서 이기겠다. 대표팀에서 외출 외박도 없이 3개월 내내 같이 보내고 있다. 언니들도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가 진짜 좋다. 잘 마무리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한국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김연경이 이끌었던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5위에 올랐다.

도쿄에서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오늘(4일) 밤 9시 30분에 펼쳐지는 브라질과 ROC(러시아)의 8강전 승자와 오는 6일 준결승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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