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의 리드오프로 맹활약을 이어 가고 있는 박해민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요코하마, 정형근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점철되고 있다. 5일 열린 미국과 준결승전에서 2-7로 지며 올림픽 2연패의 꿈은 사라졌다. 모든 부분이 답답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타선이 온갖 비난의 중심에 섰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국내외 평가에서 마운드보다는 그래도 여유가 있어 보였던 타선이다. 확실한 선발감이 많지 않아 일찌감치 운영의 고전이 예상됐던 마운드보다, 그래도 타선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상당수 뽑혔기 때문이다. 국제무대 경험도 제법 많은 구성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철저한 배신이다. 특히 도미니카·일본·미국 등 객관적 전력이 좋은 팀들을 상대로 맥을 못 췄다. 일부 선수들은 '국내용' 비판까지 거세다.

그 와중에 분전하는 선수가 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LG)과 주전 중견수 박해민(삼성)이 그들이다. 사실 두 선수는 포지션이나 그간 리그에서 쌓은 경력을 놓고 봤을 때 공격에서 큰 기대를 거는 전력은 아니었다. 수비만 잘해도 성공이라 여겼다. 또 두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발탁을 놓고 논란이 불러 일으켰던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3년 전 거셌던 태극마크 자격 논란을, 이번 대회를 통해 깨끗하게 증명하는 모습이다. 누구 못지않은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박해민은 대회 6개 팀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리드오프 중 하나다. 박해민은 모든 경기에 리드오프로 나가 타율 0.400, 출루율 0.556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기도 어렵다. 발도 빨라 상대 배터리를 곤란하게 한다.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쏠쏠한 활약을 펼친 박해민은 이제 오히려 국제용 선수임을 당당하게 증명하고 있다.

3년 전 가장 큰 논란에 섰던 오지환은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대표팀 소집 당시부터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로 뽑혔던 오지환은 결정적인 순간 빛난 방망이로 마음의 빚을 깨끗하게 갚았다. 역시 전 경기에 나가 타율 0.263, 출루율 0.417, 장타율 0.684의 맹활약을 펼쳤다. 수비도 무난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쩌면 대표팀의 조기 붕괴를 막은 보루였다.

5일 미국전에서도 두 선수가 대표팀의 이날 뽑은 득점 2점을 모두 만들었다. 박해민은 5회 적시타를 쳤고, 오지환은 7회 장쾌한 2루타로 추격점 발판을 놨다. 팀과 같이 웃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운 도쿄에서의 나날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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