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 여제' 김연경이 8일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선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브라질과 경기 이후 공동취재구역의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한일전 승리와 '세계 4위' 터키 격파 당시의 축제 분위기는 없었다. 

한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브라질 선수들은 김연경과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위로했다. 침울한 표정의 김연경은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향한 굳은 각오를 나타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구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에 세트스코어 0-3(16-25,16-25,16-25)으로 졌다.

‘세계 2위’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7전 7승을 기록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전 ‘주포’ 탄다라 카이세타(33)가 도핑 테스트에 적발되며 팀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브라질은 한국의 ‘에이스’ 김연경을 집중 견제했다. 한일전 30득점, 터키전 28득점을 올린 김연경을 10득점으로 봉쇄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김연경은 공동취재구역에서 답답한 감정을 털어놨다. 

김연경은 “이번 경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좋지 않은 경기였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브라질이) 실수가 없어서 분위기를 가져오기 힘들었다.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기 어려워서 득점을 기록할 수 없었다. 상대 실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을 감쌌다. 그는 “이번 경기는 김연경의 문제가 아니다. 브라질이 강팀이다. 팀의 전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을 때 김연경도 활약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한국은 8일 오전 9시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세르비아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혔고, ‘주포’ 티아나 보스코비치가 경계 대상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세르비아에 0-3으로 졌다. 당시 한국은 8강 진출이 확정돼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김연경은 “세르비아는 보스코비치에게 50% 이상 공격이 집중된다. 그동안 좋은 흐름을 보인 만큼 집중해야 한다.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 경기가 남았는데 반드시 이기고 싶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 힘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김연경이 활약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5위에 올랐다. 45년 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이 동메달 결정전에 대한 부담감을 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마지막 경기는 즐겨도 좋다. 세르비아는 강팀이라 질 수도 있다. 다만 팀이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번 대회를 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했고, 많이 발전했다”며 “후회 없는 경기”를 주문했다.

만 17세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15년 이상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끈 김연경의 올림픽 무대는 단 1경기만 남겨뒀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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