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 마무리됐다. 김연경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가 분전했으나 '세계 6위' 세르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8일 일본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3·4위 결정전에서 '세계 6위' 세르비아에 세트스코어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한국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김연경이 뛰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5위에 올랐다. 45년 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했지만 눈앞에서 아쉽게 불발됐다.

세계랭킹 6위인 세르비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배구 강국. 지난 2일 조별리그에서도 한국을 3-0으로 이긴 바 있다. 조별리그 A조에서 2위(4승 1패)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올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세계 13위 한국을 앞섰다.

세르비아 탄력과 힘은 역시 대단했다. 높은 타점의 공격으로 1세트를 25-18로 가져갔다.

세계 최고 아포짓 히터(라이트)로 꼽히는 티아나 보스코비치(24, 엑자시바시 비트라) 활약이 눈부셨다. 첫 4개 스파이크를 모두 득점으로 꽂는 등 1세트에만 14점을 쓸어 담아 월드 클래스 위용을 뽐냈다.

한국은 2세트 6-9까지 잘 따라갔다. 김연경이 집중 견제를 당하자 김희진과 양효진 등 다른 선수가 활로를 뚫어 줬다. 그러나 주전과 백업 모두 고른 결정력과 높이를 지닌 세르비아 파상공세를 막기 버거웠다. 연속 5실점으로 11-19까지 벌어졌다. 결국 15-25로 2세트까지 내줬다.

기량 차가 분명했다. 김연경이 막히니 경기를 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다들 이를 악물고 세르비아에 맞섰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끊임없이 선수단을 독려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작전타임을 신청하는 등 코트 밖에서 힘을 보탰다. 3세트 초반 4-1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주포 보스코비치와 미나 포포비치가 한국 블로킹을 따돌리고 스파이크를 내리 꽂았다. 2018년 일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인 미들블로커 밀레나 라시치까지 득점에 가세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3세트도 25점을 세르비아가 먼저 땄다.

한국은 쌍둥이 자매의 학창시절 논란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올림픽에서 '원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김연경은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2로 위기에 몰렸을 때 "해 보자. 해 보자. 후회하지 말고"를 외치며 팀을 다독였고 결국 역전승을 일궈 냈다. 8강 진출 분수령이 됐던 장면이었다.

조직력의 한국은 조별리그를 A조 3위로 마쳐 8강에 올랐다. 지난 4일 8강전에선 세계 4위 강호 터키를 3-2로 역전승하고 준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이 뛴 한 경기 한 경기가 명승부였다. 특히 5세트까지 가면 지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까지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터키를 물고 늘어져 기어이 승리를 따냈다.

김연경은 만 17세였던 2005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부터 주장으로서 팀을 리드했다. 이번 대회를 국가대표 마지막 대회로 여기고 구슬땀을 흘렸다.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라스트 댄스'의 해피엔딩을 꾀했지만 반걸음이 모자랐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투혼과 명승부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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