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고 투수 하혜성 ⓒ횡성, 이재국 기자
[스포티비뉴스=횡성, 이재국 기자] “올 초만 해도 2차지명도 될까말까한 투수였는데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겠어요.”

단 한 경기였지만 덕수고 3학년 투수 하혜성(18)의 주가가 폭등했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KBO 스카우트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혜성은 9일 횡성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2021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32강전 예일메디텍고(전 안동 영문고)전에 선발등판해 3.2이닝 동안 1안타 2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1회말 1~3번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2회말에도 4번타자 박수빈을 3구삼진으로 잡아냈다. 앞선 경기(5일 천안CS전)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던지며 마지막 타자 구영준을 삼진으로 잡아낸 것까지 포함하면 5타자 연속 탈삼진이었다.

하혜성은 이날 예일메디텍고 타자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투구를 이어가며 3회와 4회에도 각각 삼진 1개씩을 잡아내 아웃카운트 11개 중 삼진으로만 7아웃을 처리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6㎞였고, 평균 구속도 142~143㎞에서 형성됐다. 놀라운 점은 그동안 제구가 되지 않아 저평가를 받았는데 이날은 좋은 투구 밸런스 속에 완벽한 커맨드를 선보였다. 커브처럼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스카우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대가 약체라는 점과 상관없이 이날의 투구 자체만으로 프로에서 분명 키워볼 만한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피칭이었다.

이날 4회 1사 후 교체된 것은 고교야구에 적용되는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이었다. 투구수 45개까지는 연투가 가능하지만 46~60구는 1일 휴식을 취해야한다. 예일메디텍고에 11-0, 6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정윤진 감독은 다음날인 10일 야탑고와 맞붙는 16강전에 하혜성을 등판시키기 위해 45구에서 뺀 것이었다. 그만큼 하혜성의 투구가 물이 올랐다는 판단이었다.

▲ 덕수고 투수 하혜성 ⓒSPOTV 중계화면 캡처
▲ 덕수고 투수 하혜성의 탈삼진 장면 ⓒSPOTV 중계화면
하혜성은 배구 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한 하종화(현 진주동명고 감독)의 아들. 좋은 하드웨어(키 190㎝·몸무게 90㎏)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스카우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스카우트들이 “제구가 안 되는 투수라 2차지명도 받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는 7.2이닝 투구가 전부였고, 올해 주말리그에서도 15.1이닝 12안타 25사사구 15탈삼진 18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0.56에 그쳤다. 한때 최고구속 149㎞까지 찍었다가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떨어뜨리면서 130㎞ 중후반대를 찍는 투수가 되기도 했다.

서울의 한 구단 스카우트는 “공은 빠르고 체격 조건이 워낙 좋으니까, 강스파이크를 때리던 아버지의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2차지명 마지막 9~10라운드 정도에 한번 찍어나 본다는 심정으로 하혜성을 선택하는 구단이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한 뒤 “최근 하혜성이 좋아졌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오늘 투구를 보니 이 정도로만 던지면 2차지명 중위권은 물론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갈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수도권 스카우트는 “오늘 투구 같으면 무조건 선택해야한다. 지명전까지 다음 투구들을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전북 순창에 가서 약 2주간 전지훈련을 했다. 서울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돼 학교에서 단체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배려를 해주셨는데, 거기서 갑자기 투구 밸런스가 잡혔다.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 선수였는데 이제 잠재력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에 하혜성을 중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덕수고 출신으로 올해 모교 투수코치로 부임한 김민기 코치는 “자신 있게 던지라고 주문했는데 멘탈적으로 강해지면서 빠른 템포로 던지기 시작했다. 직구는 워낙 좋고, 슬라이더가 커브처럼 낙차가 큰데 최근에는 빠르고 짧게 휘는 커터성 슬라이더를 연습하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투수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덕수고 투수 하혜성이 9일 예일메디텍고전에서 승리한 뒤 횡성베이스볼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횡성, 이재국 기자
하혜성의 집안은 ‘운동 가족’이다. 아버지 하종화뿐만 아니라 자녀 1남3녀 중 3명이 운동선수 출신. 큰누나 하정민(개명전 하혜민)은 선명여고 시절까지 배구선수로 활약했는데 공부도 잘해 서울대에 합격하면서 배구를 그만뒀다. 둘째 누나 하혜진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에 입단해 프로배구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하혜성의 쌍둥이 여동생만 운동을 하지 않았다.

하혜성은 아버지나 누나처럼 배구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해 하혜성은 “어릴 때 TV에서 야구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하게 됐다”면서 “어릴 때 취미로 배구도 해봤는데 야구가 더 재미있었다. 아빠도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시면서 ‘대신 후회만 안 남기도록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야구선수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제 곧 신인드래프트다. 1차지명은 오는 23일, 2차지명은 9월 13일에 열린다. 하혜성은 “순창 전지훈련에서 피칭 밸런스가 잡혔다. 요즘엔 제구도 잘 되는데 자신 있게 던져보겠다. 지명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던지겠다”면서 “그 이전에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해보고 싶다. 이번엔 내가 우승의 주역이 되고 싶다. 프로에 가면 하종화 아들이 아니라 아빠보다 더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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