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감성 감독. 제공ㅣNEW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인질'의 필감성 감독이 약 20년 만에 장편 영화로 데뷔하는 소회와 함께 배우 황정민과 작업하며 느낀 다양한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18일 개봉을 앞둔 '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을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다.

'인질' 개봉을 앞둔 필감성 감독은 11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장르적으로 제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영화다. 이런 영화로 데뷔하게 돼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뿌듯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실존 인물 '황정민'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에 대해 "리얼리티와 에너지가 중요했다. 납치 스릴러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배우로 썼으니 배우가 안 쓴 캐릭터를 영화에 대입시켜서 극명한 장르 영화와 다큐 영화의 지점을 찾아보자. 새로움의 끝을 한 번 보여주자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황정민이라는 실제 캐릭터를 직접 영화에 대입시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 감독은 황정민과의 작업에 대해 "저도 많이 놀랐다. 제 생각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현장에 손짓과 숨소리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오신다. 사실 굉장히 편한 점이 있었다. 카메라가 꺼져있을 땐 스태프들을 열정적으로 독려하시기에 저 분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정말 프로다'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인질'에는 황정민이 직접 제시한 아이디가 곳곳에 묻어있다. 황정민이 납치되기 직전 매니저를 회식 자리에 두고 홀로 집에 가는 모습 역시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고, 에코백은 황정민의 개인 소장품이라고. 특히 바지에 오줌을 싸는 등 디테일한 극한 상황을 표현하는 신도 황정민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필 감독은 "편의점에서 인질범을 맞닥뜨리고 충돌했을 때 원래는 '아 네' 하고 돌아가는 거였다. 황정민 선배님이 '나는 바로 욕을 하지'라고 해서 영화에도 반영이 됐다"고 덧붙였다.

▲ 필감성 감독. 제공ㅣNEW

또한 황정민 외에도 눈에 띄는 신인 배우들 활약이 돋보였는데, 필 감독은 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1000여명의 배우를 두고 오디션을 거쳤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담력'이었다고.

필 감독은 "정말 천 명이 넘는 배우를 보게될 줄은 몰랐다. 일단 그 분들이 준비해오시는 게 궁금했고, 어떤 식으로 오디션 대본을 해석해오시는지 보고 주문을 여러 가지로 했다. 저는 오디션 연기를 사실 믿지 않는다. 대단한 걸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저와의 어떤 케미스트리나 인터렉티브하게 의견을 반영하고 받아들이거나 어떤 식으로 거부할 수 있는 지가 굉장히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디션 볼 때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담력이 있는가 였다. 황정민과 대치하면서 압박하는데 쫄지 않는 거다. 정말 눈빛으로 일대일로 대등하게 할 수 있는 게 중요했다. 신인배우가 인질범으로서 황정민을 압박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압박이다. 어떻게 때리고 협박할 수 있겠나.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데 앞에서 쫄면 에너지가 안나오기에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감사히도 황정민 선배님이 직접 와주셔서 상대 역으로 연기를 해주셨다. 그 때 '저런 화학작용이 일어나겠구나'라는 그림이 딱 보이더라. 오디션 과정에서 담력도 보이더라. 황정민 앞에서 쫄지 않는 담력이 중요한 포인트였기에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필 감독은 '인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산에서 굴러떨어진 황정민이 깨어나는 신을 꼽으며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은 황정민이 눈을 뜨고 다리를 확인하며 끝나는 신이었지만, 황정민의 연기가 워낙 리얼했던 터라 즉석에서 롱테이크로 갔던 버전이 생긴 것이다.

필 감독은 "그 날이 저에게 '인사이드 아웃'의 핵심 기억처럼 있다. 마스터샷을 찍는 데 황정민 선배님이 아파하는 표정이 너무 좋아서 컷을 할 수가 없었다. 끊을까 말까 하는데 선배님도 느낌이 왔나보더라. 갑자기 옷을 탁 벗더니 연기를 계속 하는 거다. 그 때 촬영 감독님이 저를 바라봤고, 저는 계속 찍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저와 황정민 선배님, 촬영 감독님 사이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긴장감을 가지고 '언제 컷을 할까' 지켜보는 에너지가 기억난다"며 "결국 그 뒤에 콘티는 찍으면 쓸 거 같아서 일부러 안 찍었다. 덕분에 롱테이크 신이 나올 수 있었다. 영화 호흡 상 그 전엔 너무 긴박했는데, 덕분에 완급조절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필감성 감독. 제공ㅣNEW

필 감독은 기대되는 관객 평에 대해 "어떤 식으로 평가하실지 싶다. 사실 예고편 보기 전까지는 코미디로 아시는 분들이 많았다. 황정민이 납치돼서 '드루와 드루와' 이러니까 '코미디 아니야?' 한다. 막상 영화를 보시면 하드한 면이 있다. 의도한 것도 있고, 염동훈이란 캐릭터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돼? 이거 진짜야' 하는 게 관객에게 얘기하는 것도 있다. 그런 점에서 충격받지 않으셨으면 한다. 잘 타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걸 기점으로 '영화가 내 기대와 너무 다른데'라고 당황하실 수도 있을 거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영화는 범죄 다큐멘터리와 액션 스릴러 장르 사이에 어떤 지점을 찾으려고 새로운 점을 고민했다. 제작진도 그 점을 굉장히 높이 사서 같이 의기투합해 만든 면이 있다.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필 감독은 '황정민'에 대해 "제작보고회에서 '너는 내 운명'이라고 했는데 잘 대답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황정민은 '너는 내 운명'이다. 그런 느낌이 있다'고 웃음 지었다.

'인질'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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