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농구는 이른바 4대 구기 종목 가운데 축구와 함께 우리나라 스포츠의 여명기에, 특히 올림픽과 관련해 역사가 깊은 종목이다. 농구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36년 베를린 대회에 염은현 장이진 이성구 등 3명의 조선인 선수가 비록 일장기를 달았지만 올림픽 무대에 섰다. 이 대회에 축구에서는 김용식이 유일하게 출전했다. 배구(1964년 도쿄)와 야구(1992년 바르셀로나)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농구는 또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우고 출전한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축구와 함께 출전했다. 1964년 상업은행 단일팀이 페루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축구(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단체 구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다. 이어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벌어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국가 대표팀이 단체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세계적인 규모 대회에서 준우승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같은 해 여자 배구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는데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나라들이 모두 불참하고 주최국 일본(1위)과 미국(2위) 페루(4위) 등 4개국만 출전했다. 1963년 장충체육관의 개장과 함께 본격적인 실내 스포츠의 문을 연 농구는 1980년대 농구대잔치에 이어 1990년 프로화 시대를 열면서 스포츠 팬들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농구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농구는 같은 단체 구기 종목인 축구나 야구와 달리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실한 역사가 있다. 1891년 12월 21일 미국 매서추세츠주에 있는 스프링필드 YMCA 트레이닝 스쿨에서 캐나다 출신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의 지도로 9명이 한 팀을 이룬 세계 첫 농구 경기가 벌어졌다. 이에 앞서 네이스미스 박사는 13개 조로 된 농구 규칙을 만들었다. 이 경기에서는 축구공을 사용했고 폐품 창고에 있던 복숭아 바구니를 체육관 발코니에 매달았다. 이 경기에 참여한 YMCA 트레이닝 스쿨 학생들은 겨우내 맨손체조 등 재미없는 운동만 하다가 공을 갖고 노는 새로운 ‘놀이’에 금세 빠져들었다.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휴가 때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실내에서 공을 갖고 노는 새로운 ‘놀이’를 소개해 큰 환영을 받았다. 첫 경기가 있은 뒤 불과 2개월 뒤 지역 YMCA 사이에서 경기가 열리는가 하면 3개월 뒤에는 스프링필드 YMCA에 여자팀이 꾸려졌다. 

이 새로운 ‘놀이’는 창안자인 네이스미스 박사의 이름을 따 ‘네이스미스볼’이 될 뻔했으나 첫 경기에 참여한 학생들의 제안을 네이스미스 박사가 사양하고 대신 첫 경기에 사용된 복숭아 바구니에서 복숭아(Peach)를 빼고 바구니(Basket)를 가져와 오늘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Basketball’이 탄생했다. 

필립 질레트(한국 이름 길례태·吉禮泰)는 여명기 우리나라 스포츠의 큰 은인이다. 20세기 초 황성기독교청년회(서울YMCA) 총무로 일하며 우리나라 청년들의 체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질레트는 1904년 야구에 이어 1907년 농구도 국내에 소개했다. 1903년 설립된 ‘황기청’은 처음에는 축구와 야구 등을 장려하다 1907년 현재 YMCA회관이 있는 서울 종로에 약 50평 규모의 목조 건물인 다목적 회관을 세우게 된 것을 계기로 회관 뒷마당에 코트를 만들고 농구대를 세워 새로운 종목의 보급에 나섰다. 

일본이 1894년, 중국과 필리핀이 1898년 농구가 소개된 데 비하면 다소 늦은 편이었다. 질레트는 야구는 전문가에 가까운 안목을 갖고 있었지만 농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질레트가 1911년 일제에 의해 추방되는 수난을 겪게 되면서 농구는 일시적으로 침체기를 맞는다. 

1916년 목조였던 YMCA회관이 현대식 건물로 바뀌면서 2층에 우리나라 첫 체육관이 들어서고 체육 전문 강사인 미국인 B.P.벤하트(한국 이름 반하두·潘河斗)가 부임하면서 농구는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계속> 

[사진] 우리나라 스포츠 여명기에 큰 도움을 준 서울 YMCA의 1920년대 모습. ⓒ한국 농구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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