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회 솔로포를 터뜨린 추신수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가족 문제로 머리가 혼란했을 법한 추신수(39·SSG)지만,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베테랑답게 평정심을 유지했다. 팀도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둬 기분전환이 될 법한 하루였다.

추신수는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첫 타석을 소화한 뒤 바로 교체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사유는 미국 출국 준비 때문이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아내 하원미 씨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내가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추신수 또한 가족과 팀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추신수는 고민 끝에 이를 코칭스태프에 일단 알렸고, 코칭스태프는 우선 “가족을 챙겨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경기에서 일찍 빠진 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출국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추신수는 29일 경기에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아내가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라 추신수의 미국행을 만류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에 오지 말고 팀에 전념하라는 것이었다. 아이를 돌볼 사람을 구했고, 추신수도 아내의 뜻을 받아들여 팀에 남기로 결정했다.

추신수는 29일 인천 KIA전 이후 관련된 이야기를 소상하게 밝혔다. 추신수는 "나는 한국에 있는 선수고 팀 사정도 있고 그래서 2~3일 고민을 많이 했다. 당일 아침에 확진 판정 이야기를 듣고 운동장에 나와서 생각하다가 팀 분위기도 안 좋고 해서... 그런데 감독님이 아시고 부르셨다"면서 "30분 만에 모든 게 이뤄졌다. 병원도 알아보고, 티켓도 알아보고. 감독님이 소화제처럼 말씀하시길래 감사했다. 구단에서도 30분 만에 비행기표도 알아봐주고,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 한 명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해를 해주셔서 한 타석하고 빠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에 가지 않은 건 아내의 만류 때문이었다. 추신수는 "(28일) 경기를 하고 가는 길에 전화를 했더니 (와이프가) 굉장히 화를 내더라. '나는 잘 이겨낼 수 있다'고. 경기 챙겨보는데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타격 컨디션이 더 떨어질 텐데 거기 있어라' 하더라. 실랑이하다가 와이프 말을 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 그래도 추신수는 역시 베테랑이었다. 1회 첫 타석부터 몸쪽 승부에 속지 않고 차분하게 볼넷을 고른 추신수는 4-0으로 앞선 3회 선두타자로 나서 김현수를 상대로 중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적시에 추가점을 보탰다. 경기 중에는 평소와 얼굴 표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신수는 팀에 감사하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추신수는 "누구나 좋을 때는 항상 좋다. 안 좋을 때 나오는 인간관계나 마음이 오래 남고 그런다. 감동 받았다. 팀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신경을 써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감독님한테도 여러 번 감사하다고 했다. 직장이지만, 가족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29일 SSG도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9-0 승리를 거뒀다. 선발 오원석이 위기를 잘 넘기며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장지훈이 2이닝을 삭제했다. 타선은 경기 초반부터 대포로 상대 마운드를 공략하더니 계속해서 추가점을 내며 KIA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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