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박건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다음에는 못 거르게 안타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31)는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타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에 놓였다. 두산이 3-1로 앞선 7회말 1사 2루 기회에서 키움 배터리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자동고의4구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는 박건우였다.

어찌 보면 키움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앞선 3타석에서 3안타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반대로 박건우는 앞선 3타석에서 안타 없이 사구만 하나 얻은 상황이었다. 또 비어 있는 1루를 채우고 병살타를 유도하는 작전도 충분히 생각해볼 법했다. 

박건우는 키움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초구 커브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4-1로 달아나며 키움의 추격을 따돌리는 발판이 된 안타였고, 이날 박건우의 생일을 자축하는 안타기도 했다. 두산은 이후 정수빈의 2타점 적시타와 강승호의 솔로포를 묶어 3점을 더해 7-1로 이겼다. 

박건우는 7회말 페르난데스를 거른 상황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나보다 페르난데스가 잘 치니까 나랑 승부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다음에는 내 앞에서 못 거르게 안타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값진 적시타를 치면서 본인의 자존심과 함께 팀 승리를 지켰다. 박건우는 "요즘 타선이 너무 안 터져서 서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안타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박건우는 올해 예비 FA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FA 등록 일수를 채워 한 시즌을 앞당겼다. 올 시즌 성적은 82경기 타율 0.328(299타수 98안타), OPS 0.835, 3홈런, 4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친 것을 고려하면 장타가 줄긴 했지만, 6년 연속 3할 타율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수 모두 안정적인 우타 외야수가 필요한 팀이면 탐을 낼 만하다. 당장 두산도 포기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활약상이 첫 번째 평가 대상이지만, 올 시즌에 앞서 FA 계약을 마친 허경민(4+3년 85억원), 정수빈(6년 56억원)과 함께 '1990년생 트리오'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단 박건우는 FA 생각은 시즌 뒤로 미뤄두고, 팀이 가능한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데 보탬이 되려 한다. 두산은 45승50패2무로 7위에 머물러 있다. 5위 키움과는 4경기차다.  

박건우는 "어린 나이가 아니니까 이제는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FA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팀이 우선이다. 팀을 잘 이끌다 보면 나도 잘되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형들이 해줬던 것들을 나와 친구인 (정)수빈이, (허)경민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즌 끝까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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