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무대에 함께 오른 동료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가할 만한 발언도 홀로 마이크를 쥔 듯 서슴지 않았다.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한 멤버의 성생활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중은 권민아를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걱정도 따랐다. 줄곧 '우울증'을 호소한 권민아가 혹여나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8일 디스패치의 보도로 권민아와 AOA 멤버의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뒤바뀐 모양새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권민아와 지민은 지난해 4월 지민의 부친상 이후 "사랑해" "다음에도 꼭 안아줘" 등의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관계를 회복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7월, 권민아는 지민의 지속적인 괴롭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지민과 AOA 멤버들, 전 멤버 초아까지 권민아의 집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나는 기억을 못 하지만 네가 말한 일들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지민은 권민아에게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권민아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민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 내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문자 내역에서 권민아는 지민에게 "나 패러 와야지" "살인마야" "기다려라 사무엘 잭슨 씨" "너희 엄마는 뭐하시냐" "창X" 등 폭언을 쏟아냈다. 여기에 AOA 활동 당시 FNC엔터테인먼트 스태프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권민아의 편에 서 왔던 누리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권민아는 지난해 1월 "20, 21살쯤부터 몰래 수면제를 타 먹기 시작했다"며 2016년 2월 27일부터 2018년 3월 20일까지 다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확인서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진단서에는 "환자는 2016년 2월 27일부터 2018년 3월 20일까지 심한 우울감, 감정의 기복, 불안, 초조, 불면, 자살사고 등의 정상이 지속돼 상기 진단 하에 본원에서 약물치료 및 면담치료를 하였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에도 권민아는 꾸준히 SNS를 통해 "우울증이 심하다", "진심으로 무너질 것 같다"며 자신의 병증을 강조하거나 자해 사진을 업로드해왔다. 이에 '권민아의 선 넘은 언행들이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우울증을 무기로 내세우는 행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 A 씨는 9일 스포티비뉴스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자책하는 병이다. 자책을 하다 보니 자살 충동도 생기는 거다. 자책의 끝이 자살 충동이다. 외부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중 대인관계의 갈등이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권민아의 공격적인 언사는 주로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향했다. 이번에도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잘못된 판단으로 끊임없이 사고만 치고 있었다"며 반성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극단적 선택 당시 모친이 자신의 전 연인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더욱이 비판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우울증이라고 모두 자기 탓만 하진 않는다. 안 좋은 상황에서 누군가를 원망하는데 이게 잘 해결이 안 되니까, 유턴해서 자기 탓이라고 해서 자살 생각이 생기기도 한다"며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충동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역시 증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우울증은 넓은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권민아의 언행만으로 우울증 환자를 재단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A 씨는 "(대중이) 권민아 씨를 우울증에 대입시킬 필요는 없다. 진단명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증상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환자가 잠을 잘 자지 못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그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진단명은 전문가들의 시스템적인 언어일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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