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 제공ㅣ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올 추석 시즌을 겨냥한 쟁쟁한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6월부터 개봉을 기다린 '기적'은 화려하고 공격적인 경쟁작들과 결이 다른 이번 시즌의 '복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기적'(감독 이장훈)은 1988년도에 지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다른 마을로 오갈 수 있는 멀쩡한 길이 없어 아슬아슬한 기찻길을 걸어다니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에게 끝없이 손편지를 보내는 준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예고편에 드러난 이야기로는 역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준경의 성장담을 그린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겨내고 '역을 만들거나, 혹은 그럼에도 못 만들거나'로 끝나는 심플하고 뻔한 플롯의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기적'은 숨겨져 있는 이야기가 훨씬 풍성한 '반전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극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다. 전반부에는 윤아의 활약에 힘입어 준경과 라희(임윤아)의 아기자기한 코믹 신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중·후반부는 준경이 간이역을 만들려는 '진짜 이유'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인상이 확 달라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260만 관객의 눈물을 폭포수처럼 뽑아낸 이장훈 감독의 주특기가 발휘되면서 관객들의 마스크를 수분팩으로 만드는 오열신들이 쏟아진다. 경쟁작들 중 가족 단위의 관객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핵심을 숨겨놓은 구조의 작품은 추측이나 기대 없이 봐야 마음에 스며드는 농도가 연출의 의도대로 100% 전달되기에, 예비 관객들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정보 역시 가급적 감추고 싶어진다. 배우들 역시 "따뜻하고 뭉클한 이야기" 이상으로는 이 작품을 소개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기적'이라는 작품이 뻔한 플롯이라는 오해에 선택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 '뜨거운 한 방을 숨겨둔 작품'이라고 알리고 싶은 욕심이 불쑥 들기도 한다.

잘 짜인 스토리 만큼이나 배우들은 부족함 없는 열연을 펼쳤다. 극의 중심을 잡는 주인공 박정민은 30대 중반에 펼친 고등학생 연기를 관객들이 흔쾌히 용서할 만큼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다. 나이를 뛰어넘어 캐스팅 했어야 할 만큼 박정민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캐릭터다. 임윤아는 '공조', '엑시트'에서 사랑 받았던 밝고 경쾌한 캐릭터의 또 다른 계열을 보여주는 재기발랄함을 뿜어낸다. 같은 노랑이라면 연노랑, 진노랑, 형광노랑처럼 색이 다른 매력이다. 윤아가 가진 '꾸러기' 겸 '첫사랑' 이미지만이 이 작품 속 '라희' 퍼즐의 정확한 한 조각처럼 들어맞는 활약을 펼친다. 이성민은 전반부 신이 적어 '배역에 비해 과한 캐스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즈음, 후반부 감정신에서 베테랑 다운 '하드캐리'를 보여주며 '이성민이어야 했던 이유'를 여실히 증명한다. 히든카드는 이수경이다. '기적' 관람 전후로 관객들에게 이수경이라는 배우의 인상이 선명하게 각인될 것 같은 맹활약을 펼친다.

한국 영화의 예측 가능한 감동 코드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관객들에게는 '신파' 지적이 이어질 수 있겠다. 다만 마음을 열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눈물 공식' 정도로 받아들여준다면, 오랜만에 극장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고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나서는 개운한 관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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