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데뷔와 메이저리그 진출 고민은 계속
-1년 사이 1㎝ 성장…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최고
[스포티비뉴스=대구, 고봉준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8월 31일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 이날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은 한 괴물 투수의 깜짝 쇼케이스와도 같았다.
주인공은 당시 덕수고 1학년이던 우완투수 심준석(17). 2학년과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선발투수 중책을 맡은 심준석은 6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뺏어내며 13-6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구속 153㎞의 직구와 낙차 큰 커브만으로 세광고 타선을 제압했다.
그야말로 깜짝 등판이었다. 우승이 눈앞인 상황에서 꺼낸 카드가 1학년 신입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회장기는 심준석이 고교 입학 후 처음 치른 전국대회였다. 그러나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협회장기에서 가능성을 보인 심준석을 선택했고, 1학년 투수는 6이닝 4피안타 3볼넷 1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덕수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날 결승전을 찾은 프로 스카우트들은 모두 “이번 대회 최고 수확은 심준석이 아닐까 한다. 고교 입학 후 주말리그조차 뛰어보지 않은 1학년이 첫 전국대회에서 빛나는 호투를 펼쳤다. 이제 장재영(19·키움 히어로즈)과 나승엽(19·롯데 자이언츠)이 졸업하면, 그 관심이 심준석을 향해 쏠리게 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심준석은 KBO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듬뿍 받는 초고교급 괴물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년이 지났다. 심준석을 향한 기대치는 여전하다. 실제로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명단에서 유일하게 2학년 신분으로 이름을 올린 이는 심준석뿐이었다. 비록 미국에서 열리려던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됐지만, 심준석의 여전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대회 취소의 아쉬움을 대신하기 위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5일 대구시민구장에서 평가전을 열었다. 이달 말 멕시코에서 개막하는 제3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멤버인 U-23 야구대표팀과 심준석이 포함된 U-18 야구대표팀의 친선경기였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심준석은 3학년 선배들과 달리 몸을 풀지 않고 있었다. 최근 지속된 오른쪽 팔꿈치 염증 때문이었다.
심준석은 “몇 달 전부터 오른쪽 팔꿈치 안쪽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올 시즌 많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고는 “그래도 최근 들어 염증이 거의 사라졌다. 이제 공을 던져도 아프지 않다. 아직 봉황대기가 남아있는 만큼 준비를 잘하겠다”고 웃었다.
심준석은 최근 들어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됐다. 2022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과 2차지명이 모두 막을 내리면서다. 내년 루키들의 얼굴이 모두 정해진 만큼, 자연스레 다음 연도 샛별들을 향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최대 핫이슈는 역시 최고구속 150㎞대 중반의 직구를 뿌리는 심준석의 거취다. 202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가 ‘심준석 드래프트’라고 불리는 이유다.심준석은 “심준석 드래프트라는 말은 몇 번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은 좋긴 하지만 부담이 된다. 또, 내가 그 정도의 선수가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번 신인 드래프트를 숙소에서 형들과 함께 시청했다. 이름이 하나씩 불리는데 형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고 1년 먼저 신인 드래프트를 지켜본 소감을 말했다.
KBO는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부터 제도를 바꿨다. 지역별 1차지명을 없애고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한다. 올 시즌 최하위가 전체 1번, 9위가 2번 지명권을 갖게 되는 형태다. 현재로선 심준석이 전체 1순위 유력후보로 평가받는 상황. 그러면서 심준석 드래프트는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다.
심준석은 “아직은 내 이름이 계속 나오는 것이 쑥스럽기만 하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또, 미국 진출 가능성을 놓고는 ”부모님께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하신다. 주위에서도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데 아직 확실하게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신장 193㎝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했던 심준석은 1년 사이 1㎝가 더 자랐다. U-18은 물론 U-23 선배들과 함께 있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체격. 닫히지 않는 성장판만큼이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2004년생 투수는 ”내년을 바라볼 여유는 없다. 일단 올 시즌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꼭 복귀해 다시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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