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리블랜드 좌완투수 앤서니 고스가 21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오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글러브의 모양은 이전과는 달랐다. 기다란 외야수 글러브가 아닌 단색의 투수 글러브. 포지션을 바꾸고 두 번째 데뷔전을 마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좌완투수 앤서니 고스(31)를 향해 기립박수가 쏟아진 이유다.

고스는 21일(한국시간)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더블헤더 2경기에서 4회초 구원등판해 1⅔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성적은 중요하지 않은 하루였다. 등판 자체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마운드를 밟은 고스는 사실 외야수 출신이다. 2008년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부터 지명을 받은 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빅리그 무대를 누볐다.

5년간 통산 372경기에서 타율 0.240 12홈런 69타점 155득점 57도루를 기록한 고스는 그러나 더는 외야수로서 활약하지 못했다. 2017년부터 마이너리그를 떠돌았다. 그러자 외야수 포지션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투수 전향을 꾀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최고구속 100마일의 직구를 뿌리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싱글A와 더블A를 거친 뒤 올해 트리플A에서 28경기 6승 1패 평균자책점 3.55로 활약했다. 또, 7월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미국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5년이라는 시간을 숨죽이며 기다린 고스는 최근 메이저리그로 승격됐다. 그리고 이날 등판 대기 명령을 받고 불펜에서 몸을 푼 뒤 4회 그토록 그리던 마운드로 향했다. MLB닷컴은 “4회 불펜의 문이 열린 뒤 고스가 걸어 나왔다. 마운드로 향하는 31살의 선수는 마침내 여정을 모두 마치고 데뷔와 복귀를 함께 했다”고 서술했다.

홈구장에서의 투수 데뷔전은 나쁘지 않았다. 100마일을 웃도는 강력한 직구가 일품이었다.

고스는 선두타자 헌터 도지어에게 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카일 이스벨을 범타로 처리했다. 이어 한서 알베르토에게 좌전 2루타를 맞은 뒤 세바스티안 리베로에게 1타점 2루수 땅볼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5회 2사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특히 메이저리그 홈런 부문 1위 살바도르 페레스와 승부에선 첫 번째 삼진도 잡아냈다.

ESPN과 MLB닷컴 등 현지 매체는 “고스는 이날 100마일의 직구를 뿌리며 투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페레스에겐 헛스윙 삼진도 뺏어냈다. 또, 5회 2사에서 물러날 때 프로그레시브필드를 찾은 1만1459명의 팬들은 고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투구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고 현장 상황을 이야기했다.

한편 뜻깊은 투수 데뷔전을 마친 고스는 “다시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 나는 아직 야구를 사랑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